"생체 기반둔 디지털한의학으로 노화·치매 잡겠다" [미래산업 플러스]

2022. 5. 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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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인터뷰
침술·ICT 융합 미래 의료서비스 영역 개척
의료정보 빅데이터 위해 플랫폼 구축 주력
새 블루오션 침치료 시장 年평균 15% 성장
글로벌 경쟁력 확보 위해 인프라 확대 필수
뇌파 이용 세계 첫 노인성 치매 치료 개발도
기존 통념 깨고 항노화산업 활성화에 일조
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디지털과 한의학을 접목시켜 새로운 미래 의료서비스 영역을 개척한다는 복안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침술 시연 모습.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한의학은 질병 진단에 있어 서양의학에 비해 의사 개인의 경험과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 눈으로 살펴보고, 증세를 물어보고, 맥을 짚어보는 등 진단 기법 자체가 의사의 주관적 능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양방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한의학은 아직도 비과학적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첨단과학기술을 한의학에 접목시킨 이른바 ‘디지털한의학’을 통해, 이 같은 세간의 통념을 깨고 한의학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과 기술혁신은 더 정교한 데이터 수집 활용을 가능케하고 이런 변화는 한의학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기술과 한의학을 접목한 융합연구는 새로운 미래 의료서비스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첨단기술과 융합한 의료서비스 기반에는 고품질 의료정보 빅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한의학연구원은 한의 빅데이터 수집 및 활용 플랫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 원장은 “한의 임상·고문헌·안전성·유효성 데이터 및 임상한약 정보 수집, 연구 전주기 데이터의 체계적 수집을 위한 분야별 데이터 수집 플랫폼 개발, 임상 기초연구 데이터 수집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공유, 분석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침 치료 분야 경쟁력 인프라확대 필수=이 원장은 디지털한의학 구현과 함께 한의학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침구 경락 ICT 융합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침 치료 시장 규모는 765억 달러(91조원)에 달한다. 5년간 연평균 15.5%씩 성장한 것이다. 침치료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인 전통의학 치료기술로 세계 각국의 의료시스템에 편입돼 활용되는 중이다.

미국 국립보완통합의학센터는 침을 18개 분야로 나누어 678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뇌과학과의 융합을 통한 침구분야 연구 혁신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한 연구소급 단일 침구연구기관이 침구 관련 국가급 프로젝트를 주관하며 선도국가와 다양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한의약 분야 R&D 투자액은 미미한 편이다. 투자 대비 연구성과 창출은 우수한 편이지만, ICT나 바이오테크 등과의 융합 기술 기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다. 또한 국내 한방산업은 9인 이하 기업이 96.6%를 차지한다. 매우 영세한 수준이다. 즉 국내 민간 역량만으로는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침은 한의 의료기기에서 생산액이 가장 큰 품목인데도 정작 침구 분야 R&D 투자는 정체된 상황”이라며 “관련 인프라도 부족하고, 기초 및 융합연구 인프라는 특히 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공공부문의 주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원천 및 융합R&D를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의 성장과 역량 강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 이 원장은 “한의학연구원은 침구경락 ICT융합연구동 건립사업을 추진하는 등 그 구심점이 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방으로 노화·치매 잡는다=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노인성 질환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치료기술 개발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인성 골질환인 골다공증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공중보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기존 골다공증 치료제는 부작용 등으로 새로운 작용점을 표적한 치료제 개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재 단일물질 및 항체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은 임상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한의학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안정성이 확보돼 있는 한약소재를 활용해서 문제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신규 작용점을 표적한 골대사 제어 유효 한약소재 발굴 및 이를 활용한 1형·2형 골다공증 제어 효능 검증을 통해 노인성 골질환 예방·치료제를 개발에 착수했다.

이 원장은 “구체적인 소재명을 다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노인성 골질환 제어 신규 선도소재 6건을 도출하고, 특허를 출원한 상태”라면서 “향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한약소재 기반 예방 및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질환 이외에도 첨단 ICT 기술과 기존 연구개발 기술을 접목해 ‘생체신호 기반 노화 지연 스마트 트레이닝 솔루션 개발 및 실증 연구’도 새롭게 시작했다.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건강한 상태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서서히 진행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 노화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인지·심혈관·근력 기능 등 기능별 노화 지연 스마트 트레이닝 시스템을 개발, 이를 통해 초고령화 시대, 생애 전주기에 걸쳐 노화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한의학은 노인성 질환의 대표주자격인 치매치료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의학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전전두엽 뇌파만을 이용해서 인지기능이 저하된 사람을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기존 방법에 비해 매우 간편하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원장은 “치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서 중증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 회복을 도울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뇌파와 안구움직임 등 다중 생체신호 추적 모니터링과 한의 변증에 기반한 치매 조기예측 모델 연구를 지속해서 관련 의료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한방 산업 및 항노화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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