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가져갔니?" 9세 아동 패딩 뒤진 서점 주인 항소심서도 무죄

이승규 기자 2022. 5. 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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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고등법원 전경. /조선DB

9살 어린이가 펜을 훔친 것으로 착각하고 어린이의 옷을 뒤졌다가 기소된 서점 주인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고법 형사 2부(재판장 양영희)는 18일 신체수색죄로 기소된 여성 A(37)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형법 제321조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주거 등을 수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재판부는 “A씨가 B양에게 했던 신체 수색은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동이었고, 위법성 조각(阻却) 사유가 인정된다”면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20년 12월 18일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대구의 서점에 설치된 방범 카메라를 보던 중 B(9)양이 볼펜 매대에 손을 한두 차례 갖다 댄 후 길쭉한 물건을 주머니로 넣는 것을 목격했다. A씨는 B양을 불러 서점 안쪽으로 데려간 뒤 “펜을 가져갔느냐”고 물었고, B양은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어 내용물을 보여줬다. 이후 A씨가 그 주머니를 뒤졌다.

B양의 주머니에선 사탕형 과자 ‘멘토스’ 가 나왔다. 이 멘토스는 B양이 다른 매장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길쭉한 모양 때문에 A씨가 볼펜으로 착각한 것이다. A씨는 B양에게 방범 카메라를 보여준 뒤, B양이 안쪽 주머니를 보여주자 다시 한번 옷을 뒤졌다. 볼펜이 나오지 않자 A씨는 B양에게 사과했고 B양의 부모에게도 전화로 사과했다.

하지만 B양의 아버지가 A씨를 아동학대죄로 고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아동학대죄는 무혐의가 나왔지만 대구지검이 신체수색죄를 적용해 지난해 11월 A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B양이 (수색을) 승낙하지 않았다고 해 범죄가 인정된다 판단했다”면서 “(A씨가) 경찰이나 B양의 부모를 불러 B양에게 허락을 구해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양에게 ‘펜을 가져간 것 같은데 확인해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이전부터 수차례 아이들이 물건을 훔쳐가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아이나 부모님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타일러왔다”면서 관련 영상과 통화 녹음 파일 등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지난 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A씨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도 A씨의 손을 들었다. A씨의 말에 B양이 응해 먼저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낸 점, 방범 카메라 확인 이후에도 주머니를 A씨에게 보여주며 확인시켜준 점 등은 B양이 묵시적으로 수색 행위를 승낙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동의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된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펜 1개를 훔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근거로 경찰관을 부르는 것은 9세 아동에 대한 과잉 대응이며, 부모 호출 역시 가족 모두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만큼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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