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란 말이 낯설던 아이들.. '마음샤워 노트' 작성하며 감사로 채워

기자 2022. 5. 18. 11: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월 어느 봄날, '언어 정수기'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언어 사용을 점검하며 우리 반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그저 낯간지러운 말로만 느껴지는 아이들에게 이 다섯 글자가 자신과 타인에게 미치는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려 주고 싶어졌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도 감사함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마음 샤워'를 해보자고.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경기 금모래초등학교 유하영 교사

3월 어느 봄날, ‘언어 정수기’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언어 사용을 점검하며 우리 반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여러분이 평소 사용하는 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그 대답은 ‘안녕’ ‘잘가’와 같은 짧고 평범한 단어부터 ‘뭐래’ ‘어쩌라고’와 같은 다소 인색한 단어, 그리고 처음 들어 보는 신조어까지 참 다양했다. 그런데 그 말들 속에 ‘고마워’ ‘괜찮아’ ‘좋아’와 같은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들은 없었다. 이런 말들을 자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오글거려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그저 낯간지러운 말로만 느껴지는 아이들에게 이 다섯 글자가 자신과 타인에게 미치는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려 주고 싶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SNS에서 한 지인의 브라이덜 샤워 사진을 보게 됐다. 결혼하는 신부를 위한 축하와 우정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브라이덜 샤워, 그리고 축하를 듬뿍 받아 행복해하는 신부의 모습! 그 순간 떠올랐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도 감사함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마음 샤워’를 해보자고.

하교하기 전 아이들에게 작은 인덱스 노트로 만든 ‘마음 샤워 노트’를 주고 잠깐의 시간을 내어 하루 동안 감사한 일 3가지를 적게 해보았다.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3가지를 적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참 동안 고민하다 겨우 적은 내용은 ‘오늘 지각하지 않아서 감사하다’ ‘집에 가서 게임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정도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을 했다. 일상에서 감사한 것을 찾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어느새 ‘맛있는 점심 급식을 해주시는 급식 아주머니께 감사하다’ ‘놀 수 있냐고 물어봐 주는 친구에게 감사하다’ ‘날 깨워 주시고 아침밥을 차려 주신 어머니께 감사하다’ ‘뜨개질을 포기하지 않도록 다시 알려 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다’처럼 자신에게서 더 확장돼 주위 사람들에게도 감사해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마음 샤워 노트는 자신에 대한 소중함과 다른 사람에 대한 감사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감사함을 찾는 시간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감사는 습관이다. 감사함을 연습하면 일상이 감사할 것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인생이 된다.

우리 아이들은 그걸 조금씩 알아 가고 있는 듯하다. 요즘은 자연환경에 대한 감사와 사회시간에 배운 인물에 대한 감사로 채워진 노트를 보며 나 또한 많이 배우고 있다. 오늘은 어떤 감사함이 너희의 하루를 채웠니?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