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꾹꾹 눌러쓴 고백..선생님도 제자도 비타민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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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얘는 커서 시인이 돼야겠다'는 말에 뭘 잘하는지 몰랐던 제가 동화작가라는 꿈을 갖게 됐어요. 자신감과 꿈이라는 걸 갖게 해준 잊을 수 없는 그해, 선생님의 칭찬이 제겐 가장 큰 영양제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대전 매봉중학교 1학년 학생이 된 유 양은 편지에서 "그때 제 별명이 '꼬마시인'이었다면 지금 제 별명은 (글짓기) 공모전 여신, 일명 '공신'이 됐다"며 "선생님의 칭찬 덕분에 자신감이 생겨서 시 말고도 글 쓰는 게 재미있어졌고, 동화작가라는 꿈도 발견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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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전하는 우리 이야기
- 대전 법동초등학교 조은영 교사·매봉中 유가영 학생의 인연
일기 쓰는 것도 어려워한 학생
선생님 칭찬으로 자신감 ‘쑥쑥’
지금은 동화작가란 꿈까지 생겨
유 양, 감사한 마음 편지로 전달
조 선생님 “가르침의 보람 느껴”
“선생님의 ‘얘는 커서 시인이 돼야겠다’는 말에 뭘 잘하는지 몰랐던 제가 동화작가라는 꿈을 갖게 됐어요. 자신감과 꿈이라는 걸 갖게 해준 잊을 수 없는 그해, 선생님의 칭찬이 제겐 가장 큰 영양제였습니다.”
스승의 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옛 제자가 보낸 편지를 받은 대전 법동초등학교의 조은영(52) 교사는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4년 전 대전 매봉초등학교에서 가르쳤던 유가영(13) 양이 쓴 편지였다. 유 양은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주최한 전국감사편지공모전에 해당 편지를 출품해 대전교육감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조 교사에게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키워 왔던 고마움을 전했다. 재단은 지난 2016년부터 해당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선생님 외에도 부모님, 친구 등 고마운 사람 누구에게나 편지를 써 출품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재단에 도착한 54만8949건의 편지 중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장관상, 시·도교육감상 등 본상 219명과 장려상 4만6151명을 시상했다. 올해 열리는 제7회 공모전은 지난 3월부터 시작돼 오는 6월 30일까지 참여가 가능하다.
유 양은 지난 2018년 초등학교 3학년 학생 시절 조 교사와의 만남이 인생의 길잡이가 돼 줬다고 편지에서 고백했다. 당시만 해도 말수가 적고 글 쓰는 것도 어려워해서 일기에 산문 대신 시를 쓰곤 했는데, 조 교사가 작은 구절이라도 칭찬해 줬던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조 교사도 “어느 날 국어 시간에 ‘가영이는 일기에 자기만의 표현이 있다’고 얘기하며 친구들에게 해당 글을 읽어 줬는데, 수줍은 성격인 가영이의 얼굴 전체가 뽀얗게 빛나면서 꽃처럼 활짝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또 “가영이가 쓴 시 중에 반짝반짝 빛나는 표현이 많아서, 교사인 나도 소장하고 싶다며 적어 달라고 하거나 다른 선생님들과의 회의 시간에 자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소하지만 애정 어린 칭찬은 유 양의 학교생활을 바꿔 놓았다. 조 교사는 당시 일기 쓰기, 자기 칭찬하기 등 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워 주기 위한 가치언어 활동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조 교사는 “아이들이 매일 자기에 대해 칭찬하다 보니 자신감이 커지는 것이 눈에 보였는데, 특히 가영이는 2학기 들어서 발표 실력도 늘고, 성적도 월등하게 올랐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글쓰기와 독서에 취미가 생긴 유 양은 그해 동안 책을 100권 이상 읽고 독서록도 100권 이상 써서 교내에서 ‘독서 스타상’도 받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대전 매봉중학교 1학년 학생이 된 유 양은 편지에서 “그때 제 별명이 ‘꼬마시인’이었다면 지금 제 별명은 (글짓기) 공모전 여신, 일명 ‘공신’이 됐다”며 “선생님의 칭찬 덕분에 자신감이 생겨서 시 말고도 글 쓰는 게 재미있어졌고, 동화작가라는 꿈도 발견했다”고 적었다. 유 양은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사람의 미래를 바꿀 수는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선생님이 떠올랐다”고 쓰기도 했다.
조 교사는 감사 편지를 써 준 유 양과 공모전이라는 기회를 통해 이를 전달해 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오래 있다 보면 때로는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는데, 옛 제자의 편지를 받고 굉장히 감동받았고 초심도 다잡았다”면서 “언제 어떤 아이가 나로 인해서 기쁨을 얻고 꿈을 얻을지 모르니 정말 학생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단에 선 지 28년째, 올해도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아 가치언어 교육 등에 주력하고 있다는 조 교사는 “누구라도 제 가르침을 받아 인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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