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참모 중 좌장.. 5·18 참상 해외에 알리다 모진 고문 받아

기자 2022. 5. 18. 10:5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이제 민주화의 봄이 왔다며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지도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던 때였다.

전국에 계엄이 확대되고 광주사태 발발 며칠 후, 야당 지도자 김대중(DJ) 선생이 신군부에 의해 강제 연행돼 구금됐다.

후에 알았지만, 권노갑 김대중기념사업회 회장도 심한 고문과 어려움을 당했고 구금돼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봤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0년 10월 2일 제48회 소충·사선문화제에서 제19회 소충·사선문화상 특별상을 수상하고 있는 권노갑(왼쪽) 김대중기념사업회 회장과 필자. 필자 제공

■ 고맙습니다 - 권노갑 김대중기념사업회 회장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이제 민주화의 봄이 왔다며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지도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던 때였다.

그러나 그 뜨거웠던 희망은 1980년 5월 무참히도 짓밟히고 무너졌다. 신군부의 준비되고 기획된 의도대로 헌법은 유린됐고, 권력욕에 가득 찬 군부 실세들의 입맛대로 운영됐다. 그들은 계엄에 맞서 민주와 자유를 외치던 전남·광주시민에게 공포 분위기를 연출하며 권력을 쟁탈했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학생 시민은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아니고 적이었다.

광주의 참혹한 진상은 보도통제로 세상의 귀와 눈에서 덮여 있었고 진실에 다가서기가 어려웠다. 세계의 한국 주재 언론 특파원들이 추방되고 철저히 봉쇄돼 있었다. 전국에 계엄이 확대되고 광주사태 발발 며칠 후, 야당 지도자 김대중(DJ) 선생이 신군부에 의해 강제 연행돼 구금됐다. 이후 권노갑 비서실장, 유훈근 비서, 문화방송 최성근 PD와 필자는 비밀리에 회합하고 미·일 대사관 외교관들과 긴밀히 연락해 광주 현지에 내려가 진상을 파악하기로 결의했다. 실행 직전 권 실장과 유 비서는 긴급 수배돼 도피하게 되고 필자와 외교관 등은 광주에 잠입했다. 이때 권 실장은 목포여고 영어교사 출신으로 영어와 일어에 능통해 평소에 DJ 선생의 뜻을 외교가에 전하는 일을 하고 있어 해외 언론에 광주의 참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됐다.

필자는 지명수배 끝에 체포됐고 보안사, 서울 남산 합수단에서 모진 고문을 받아 만신창이가 됐다. 가족들은 자택에 연금되고 친지들은 연행돼 조사받았다. 후에 알았지만, 권노갑 김대중기념사업회 회장도 심한 고문과 어려움을 당했고 구금돼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봤다.

권 회장님과 필자는 1970년대 9대 국회 때부터 인연이 됐다. 당시 필자는 손주항 의원 비서관이었다. 국회에서 인권침해 등에 대해 발언을 조심하고 있던 차에 초선이자 무소속인 손 의원에게 대정부 질문을 해달라고 권 회장이 부탁했다. 의원들이 꺼리는 대정부 질의를 결국 손 의원이 하게 됐고, 이로 인해 정보당국의 감시·도청·미행을 당하며 지내게 됐다. 이후 권 회장과의 신뢰가 깊어졌다.

권 회장은 올해 94세다. 김대중 선생의 참모 중 나이도 좌장이지만 제일 진실한 자세로 처신하며 후배 정치인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생활이 곤궁한 형편에서도 야당 지도자를 모시는 자세가 흐트러지질 않았다. 늦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원외 위원장, 당직자 자녀들의 등록금이 없다 하면 세비를 쪼개서 지원하고 일자리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동지들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정말 가슴이 따뜻한 정치인이다.

한보 사건 등 여러 사건으로 투옥돼 오명을 뒤집어쓴 과정도 따져 보면 희생양이었다. 고문을 당하고도 그 당사자를 용서하고 직접 만나서 화해하고 식사를 대접하는 포용력의 지도자인 권 회장님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5·18 유공자 등록 절차도 뒤늦게 인정받아 민주유공자로 국가보훈처에 등록됐다.

18일 열린 제42주년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참석했다. 새 정부가 5·18 피해자들을 위해 상처 치유의 새 역사를 쓰고 먼저 가신 민주 영령들의 명예를 드높여 주길 기대한다.

양영두 전북 사선문화제전위원장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QR코드를 찍어 카카오톡 문화일보 대화창에 들어오셔서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등의 사연을 보내주세요. 이메일(phs2000@munhwa.com)로 사연을 보내주셔도 됩니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