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트카드 전부 달라" 수상히 여긴 편의점 직원, 보이스 피싱 막았다

김태희 기자 2022. 5. 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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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11일 당시 CCTV에 찍힌 상황.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기프트카드라는 게 있다는데 40만원치만 주세요”

지난달 11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의 한 편의점을 찾온 60대 여성 A씨는 “기프트카드를 전부 다 달라”고 요구했다. 횡설수설 하던 A씨는 편의점 직원인 김모씨(25)와 말하는 동안에도 마치 누구와 급한 대화를 하는 듯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김씨가 무슨 용도로 쓰려는 것이냐고 물어도 “딸과 게임하는데 써야한다”고 말하며 얼버무렸다.

평소 문화상품권과 구글 기프트카드를 구매한 뒤 번호를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사기 수법을 알고 있던 김씨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면서도 우선 A씨의 요구를 들어줬다. 그러던 중 A씨는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져간다며 충전을 부탁했는데, 김씨는 우연치 않게 온 문자 메시지를 보게 됐다.

문자를 본 순간 김씨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휴대폰이 깨져서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빌려 쓰는 중이니, 기프트카드를 구매 후 카드를 긁어 일련번호를 찍어 보내달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김씨는 휴대폰 충전을 유도하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출동 전까지 자리를 뜨려는 A씨를 잡아뒀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A씨에게 전형적 사기 수법임을 안내한 뒤 피해 예방 앱 등을 설치해줬고, A씨는 그제야 피해를 본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김씨는 “기프트 카드 사기는 주로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만큼 편의점 근무자들이 관심을 두고 주의 깊게 본다면 범죄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김씨를 피싱지킴이로 선정하고 감사장을 전달했다. 피싱지킴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을 선정해 사례를 홍보하기 위해 경기남부경찰청이 추진하고 있는 시책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상품권 핀번호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힘쓰며 도움을 준 시민을 포상하고 ‘피싱지킴이’로 선정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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