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관공서·화장품업계까지 '횡령공화국'.."불시 감사 필요"

2022. 5. 18. 10: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부터 구청·화장품업계까지
올해 알려진 횡령 피해금액만 총 3200억원↑
피해 금액 변동·은닉금 추가 발견도
"시스템 있어도 불시 실물 감사 필요"
"누구나 횡령할 수 있다 생각하고 접근해야"
"내부·외부 통제 외에 인사관리도 돌아봐야"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이달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우리나라는 ‘횡령 공화국’인가. 연초 상장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낳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부터 서울 강동구청, 우리은행, 아모레퍼시픽까지…. 관공서와 기업을 불문하고 내부자가 자금을 빼돌리는 일이 줄줄이 발생했다. 관계기관들의 대처에 대한 지적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에만 ‘알려진’ 주요 횡령 사건들의 피해액만 3200억원이 넘는다. 대략적인 피해액만 해도 ▷오스템(2215억원) ▷우리은행(664억원 예상) ▷계양전기(246억원) ▷강동구청(115억원) ▷아모레(30억원대) ▷클리오(19억원)이다. 경찰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하더라도 도박이나 주식 거래 등으로 탕진한 경우 피해 복구가 사실상 어렵다.

잇따라 일어난 횡령의 특성은 가상화폐, 주식 등 자산 증식에 활용됐다는 점이다. 문서를 위조하거나 대금을 착복하는 등 범행 수법도 교묘하다. 피해액 파악에도 혼선이 생기기도 한다. 오스템의 경우 올해 1월 3일 횡령 피해 금액을 1880억원 규모라고 알렸으나 이후 직원의 횡령액은 점점 불었다. 오스템은 결국 횡령액을 총 2215억원이라고 정정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부산의 한 영업점에서 직원 A씨가 시재금을 횡령한 정황을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파악하고 자체 감사에 나섰다. 사고 의심 금액은 약 2억원 규모로 전해졌다. 이달 16일 신한은행의 한 지점 앞. [연합]

피해가 추가로 발견되거나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달 17일 금감원, 경찰 등이 최근 실시한 수시 검사에서 횡령한 직원 A씨가 약 50억원 가량을 추가로 횡령한 사실이 파악됐다. 이 피해액까지 더해지면 우리은행 횡령 사건의 피해 금액은 660억원대로 늘어나게 된다.

약 246억원을 횡령한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 김모 씨의 경우, 경찰이 송치를 끝낸 뒤 검찰이 김씨의 숨겨둔 5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찾아냈다. 김씨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9일 김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관계기관의 대처도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이달 17일 알려진 아모레 횡령 사건의 경우, 직원 3명이 회삿돈을 횡령해 주식·가상화폐 투자와 더불어 불법도박 자금으로 활용했다. 상품권을 현금화하거나 대금 착복, 허위 견적서 발행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지만 내부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모양새라 비판이 일기도 했다. 구민들을 위한 자원순환센터 건립비용을 잃은 강동구청의 경우 재방방지 대책으로 올해 직원 후생복지비용을 조정하고 2024년까지 예산을 절감하기로 대책을 내놓았다.

전문가는 누구나 횡령을 저지를 수 있다는 시각으로 내부·외부 통제를 강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빚 같은 채무적 압박감, 부실한 내부통제, 횡령 후에 돈을 원상복귀할 수 있다는 믿음이 맞물리면 횡령이 발생한다”며 “인건비를 아끼고자 감사 인력을 줄이진 않았는지, 결재 라인이 단순하지 않은지 인사관리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몇 백억원을 횡령해도 (고작)몇 년의 실형이 나오는데 할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면서 “주가 하락, 신뢰 하락, 시민 피해를 낳는 횡령범죄를 다른 강력범죄 못지 않게 경각심을 갖고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문서 위조 등을 통해 115억원을 횡령한 강동구청 공무원 40대 김모 씨의 경우, 이달 10일 검찰이 징역 15년과 추징금 약 77억원을 구형한 상태다.

횡령사건으로 시민, 주주, 금융소비자 등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지만 이들 기관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은 묻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범이 없는 경우 단독 범행으로 끝나거나, 결재 관련자가 내부 징계를 받는 수준이다. 재발 방지 대책이나 입장문을 내놓지만 횡령 범행의 액수와 방식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내부 통제 시스템 유무보다 불시 감사 등으로 실물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처장은 “쓰고 채워 놓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재나 대여금고 내 서류에 손을 댈 수 있다”며 “오히려 시스템은 마련돼 있는데 돈을 직접 다루는 일선 직원이 마음 먹고 빼돌리면 발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고소득인 이들이 왜 이런 범죄에 이르게 됐는지, 직원 간 의사소통과 준칙 사항 준수 여부엔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hop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