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현성 "제 매력이요? 눈에 선악이 공존한대요"
기사내용 요약
배현성, 18세 고등학생 '정현' 역 맡아
"말 없는 캐릭터…눈빛 연기 힘들어"
우상 김우빈과 같은 작품 영광
"상대역 노윤서, 연기 갈수록 잘해"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눈에 대한 칭찬을 종종 받아요. 선한 눈빛인데 어떨 때는 악해보인다고요."
배우 배현성(23)은 자신의 매력으로 선악이 공존하는 눈을 꼽았다. 그에게 tvN 주말극 '우리들의 블루스'는 눈으로 연기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작품이다.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이전에는 대사를 외우는 것보다 눈빛 연기가 훨씬 어려웠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 발전했다고 느낀다. 쟁쟁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고 베테랑 작가·PD의 세심한 조언과 디렉팅으로 한층 더 성장했다. 이제는 눈으로 말하는 방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달고 쓴 인생을 그린 옴니버스 드라마다. 깊이 있는 이야기로 필력을 인정 받은 노희경 작가와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김규태 PD가 드라마 '라이브'(2018) 이후 4년 만에 의기투합했다. 출연 배우 라인업은 더 화려하다. 배우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등이 각 회차 주인공으로 분했다. 배현성은 18세 고등학생 '정현' 역을 맡아 '방영주'를 연기한 노윤서와 호흡을 맞췄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마초 같은 아빠 '정인권'(박지환)과 단둘이 살고 있다. 남들은 나약하고 우유부단하다 말하지만 차분하고 생각이 많을 뿐이다.
"현이는 워낙 말이 없는 친구예요. 대사 대신 눈빛이나 행동으로 이야기해야 하니 좀 힘들었어요. 저도 생각이 많은 편이라 현이를 조금 닮은 것 같은데 대본을 소화하기 바빴어요. 현이 캐릭터를 좀 더 제 것으로 만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현이를 이해하기 위해 평소 어떤 버릇과 말투를 가졌는지 자주 생각했어요."
평범하게 흘러가던 일상은 영주의 임신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아이를 지우려던 영주는 낳기로 마음을 바꿨고, 현 역시 아빠가 될 준비를 한다. 인권이 거세게 반대하자 처음으로 반항하고 모진 말도 쏟아냈다. 영주의 아빠 '방호식'(최영준)에게도 미움받는다. 영주와 아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종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쉴 새 없이 일하고 뛰고 또 많이 맞았다.
"지난해 12월에 촬영이 끝났는데 워낙 뛰고 아르바이트하고 움직이는 장면이 많았어요. 그래도 고깃집에서 일해봤고 원래 운동을 좋아해 많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박지환 선배님한테 매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워낙 액션 고수여서 한 번에 안 아프게 끝났어요. 선배님은 캐릭터와 달리 정말 자상해요. 다른 작품에서 강렬한 역으로 많이 봬서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절 보자마자 '우리 아들이구나'라고 해줬어요. 매일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5회는 '영주와 현'의 이야기였다. 배현성과 노윤서가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었다. 어린 나이에 한 생명을 책임지게 된 두 사람은 나름의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했다. 7, 8회 '인권과 호식' 편에서는 서로 원망하고 외면하면서도 끝내 놓을 수 없는 부모와 자식 관계가 그려졌다. 인권과 호식은 끝내 아이를 낳기로 한 영주와 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10대 임신 에피소드는 비슷한 시기 방송된 MBN 예능물 '고딩엄빠'와 함께 사회적 화두가 됐다. 그간 쉬쉬하던 10대의 '성(性)'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배현성은 자신의 생각을 더하기보다는 작품 속 현의 상황에 집중했다.
"배우로서 할 일은 현이가 영주를 위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대본을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많은 분들이 10대 임신 에피소드에 공감해줘서 감사해요. 제가 만약 현이라도 영주가 어떤 선택을 하든 끝까지 믿고 함께했을 것 같아요. 학생이 주인공이다 보니 학업과 아르바이트 등 현실적인 이야기에 몰입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상대역 노윤서와는 2차 오디션 때 처음 만났다. 둘 다 낯을 가리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걱정했는데 촬영을 거듭하며 점점 편해졌다. 그는 "서로 친해지려고 많이 노력했다. 거의 첫 작품인데 뒤로 갈수록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저도 좋은 기운을 받아 잘 맞춰갔다"고 회상했다. 또 "첫 리딩 때는 긴장해서 자연스럽지 않았는데 차츰 나아졌다. 저와 윤서 씨 둘 다 눈이 큰데 그림체가 비슷하다더라. 공통점이 있어 더 친근했다"며 웃었다.
배현성은 화려한 선배 라인업을 전해 듣고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우상 김우빈을 만나고 연기를 지켜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는 "드라마 '학교 2013' 때부터 김우빈 선배님의 팬이었다. 첫 촬영 때 인사드릴 겸 뵙고 싶어서 갔는데 정말 예뻐해 줬다. 밥도 얻어먹고 좋았는데 팬이라는 이야기를 못 했다. 전체 대본 리딩은 없었지만 출연 배우들이 다 같이 만나는 장면이 있다. 윤서 씨와 제가 워낙 막내라 다들 잘 챙겨줘 고마웠다"고 털어놨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지난 8일 방송된 10회기 시청률 11.2%(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후 꾸준히 10% 이상 성적을 내고 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순위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첫 방송 후 한국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상위권 순위를 유지 중이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배현성도 인기와 인지도 변화를 느꼈다.
"부모님 지인들 중에도 저를 아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요. 그런 부분에서 인기가 늘어난 걸 체감해요. 본가 갈 때마다 사인 요청을 받아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때보다 많아진 느낌이에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다 보니 외국인 팬들도 있어요. SNS에 외국어로 댓글을 많이 남겨줘요. 학교에서 촬영할 때 특히 많이 알아보는 것 같아요."
2018년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단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 3, 4(2018~2019),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2(2020~2021), 영화 '사자'(2019) '가장 보통의 연애'(2019) 등에서 크고 작은 역을 맡으며 내공을 쌓았다. 앳된 비주얼 탓에 주로 고등학생, 대학생 캐릭터를 소화했지만 새로운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요. 앞에서는 선한데 뒤에서 보면 악역 같은 역할도 좋아요. 다양한 감정과 반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출연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해요. '배현성 나오네? 궁금하다. 볼까' 이렇게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좀 더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드리는 게 장기적인 목표예요."
그 바람처럼 차기작 '가우스 전자'에서는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올 하반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과 올레tv에서 공개되는 '가우스 전자'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다국적 문어발 기업 가우스전자의 생활가전본부 마케팅 3부 청춘들의 이야기다. 배현성은 가우스전자 경쟁사 후계자 '백마탄' 역을 맡는다.
"'가우스 전자'를 통해 연기에 대한 갈증이나 욕심이 조금 해소될 것 같아요. 예전에 맡은 캐릭터와 달리 엉뚱하고 유쾌한 모습을 많이 보여줄 예정이에요. 백마탄의 행동에서 오는 재미가 있어요. 재벌이다 보니 그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람들은 다르게 반응해요. 원작 웹툰을 열심히 보고 있어요."
'우리들의 블루스'는 배현성이 처음 참여하는 옴니버스 형식 작품이다. 본인이 출연하지 않는 회차가 방송될 때는 시청자 입장이 돼 푹 빠졌다. "대본을 보면서 선배님들이 이 장면을 어떻게 연기할까 늘 궁금했어요. 기존 드라마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대본에 있는 상황이 잘 상상되고 지문도 많아서 꼭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응원하는 드라마예요. 각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쯤은 있어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pe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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