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는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하여 다른 왜가리가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사냥을 위한 관찰 중에도 바로 침입자에 대응합니다. 즉시 침입자를 위협해 자신의 영역 밖으로 축출하는데, 만약 침입자가 도망가지 않고 버틸 경우 무자비하게 응징합니다. 즉, 억센 발로 상대의 날개를 짓눌러 말 그대로 물속에 처박고, 올라오면 다시 처박기를 계속합니다. 그러다가 상대가 도망가면 다시 사냥을 위한 관찰을 계속합니다.
이런 사냥을 하지 않는 왜가리는 얕은 물가에서 지나가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습니다. 물론, 사냥할 때의 신중함과 진지함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시간 관찰해 보니 녀석들이 물고기를 잡는 성공 확률은 대여섯 번에 한 번꼴입니다. 종일 기다리고 이곳저곳 장소를 옮겨가며 몇 번을 시도하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때로는 바로 옆에 물고기가 표면으로 올라온 것이 보이는데 녀석은 계속 다른 쪽만 주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녀석에게 알려줄 방법이 없는 것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이태 동안 계속 시도했지만 제가 순간을 포착하는 성공 확률도 초기엔 대여섯 번에 한 번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나중엔 두세 번에 한 번 정도로 올라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엔 녀석이 스물다섯 번 물 속에 뛰어들어야 제가 포착에 성공했다는 결론입니다. 제 카메라를 가진 지 50년이 넘었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입문하기가 참 쉽지 않았습니다.
왜가리는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특이합니다. 한 발로 서서 꼼짝도 않고 있거나, 부리를 아래위로 벌리고 벌겋고 울퉁불퉁한 긴 혀를 몇 분씩 드러내 보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서서 두 날개를 좌우로 벌리고 몇 분씩 있는 특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선 채로 두 눈을 감고 졸기도 합니다. 머리와 목의 깃털을 곧추 세우고 한 발로 한참씩 긁는가 하면, 물을 털어내듯 온 몸을 흔들며 깃털을 들먹이기도 합니다.
2020년에는 신대호수를 터전으로 삼은 왜가리가 매일 종일토록 사냥을 계속하였는데, 2021년에는 이런 사냥을 하는 왜가리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올해는 왜가리 개체가 상당히 많아져서 사냥 장면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거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멍하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하릴없이 서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사냥의 시작입니다. 사냥을 할 때는 절대로 허투루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입니다.
왜가리의 생존을 위한 투쟁도 인간세상 못지않음을 확인합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호수의 치열한 한 단면입니다. 처음 접하는 광경 덕분에 저의 코로나 대피 기간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전혀 알지 못했을, 코로나 덕분에 알게 된 또 다른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