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리나'·스마일게이트 '한유아'..게임사들의 가상인간

김주환 2022. 5. 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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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엔씨소프트 등도 가세 예정
넷마블의 가상 인간 '리나' [넷마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첨단 정보기술(IT)로 만들어진 가상 인간(버추얼 휴먼)에 게임 회사들이 잇따라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의 흐름을 타고 게임사들이 내놓은 가상 인간 프로젝트들이 1990년대 말에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진 '사이버 가수' 아담, 류시아 등과 다른 혁신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1998년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 [연합뉴스 자료사진]

게임사들 앞다퉈 뛰어들어…광고모델 발탁까지

18일 IT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올해 초 손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가상 인간 '리나'(RINA)를 공개하고 가상인간으로 구성된 4인조 K팝 걸그룹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리나'는 송강호·비의 소속사 써브라임과 전속 계약을 맺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도 비주얼 콘텐츠 제작 기업 자이언트스텝과 함께 가상 아티스트 '한유아'를 공개하고 지난달 음원을 발매했다. 한유아는 광동제약의 옥수수수염차, 아이웨어 브랜드 '라피스 센시블레' 홍보 모델로도 뽑혔다.

크래프톤은 올해 2월 가상 인간 데모 영상을 공개했고, 이달 1분기 실적 공시에서는 가상인간과 챗봇 등 비(非)게임 영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컴퓨터그래픽·애니메이션 분야 전문가인 이제희 서울대 교수를 최고연구책임자(CRO)로 영입하고 앞으로 가상인간 기술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가상인간들은 이미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지난해 7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로지'를 선보였다. 로지는 패션, 보험, 호텔, 전기자동차 광고에도 출연했다.

LG전자는 작년 1월 CES에서 가상인간 '김래아'를 콘퍼런스 연설자로 내세워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가수 윤종신의 프로듀싱 하에 김래아를 가수로 데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홈쇼핑도 지난해 말 자체 가상인간 '루시'를 발표했다.

에픽게임즈의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로 만들어 낸 가상인간 [에픽게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컴퓨터그래픽·음성합성·AI가 창조해 낸 가상인간

가상인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발달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쓰인다.

특히 게임, 메타버스에 가상인간을 등장시키려면 실시간 연산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사전에 오랜 시간에 걸쳐 렌더링(그래픽 연산)한 이미지나 영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진보된 게임 CG 기술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고 있다.

'언리얼 엔진'의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지난해 2월 공개한 가상인간 제작 프로그램 '메타휴먼 크리에이터'가 대표적인 예다.

게임 개발자와 3D 콘텐츠 제작자를 위해 만들어진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는 단 1시간만에 실제와 흡사한 가상 인간을 CG로 구현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인간은 언리얼 엔진으로 옮겨져 게임 속 세계나 메타버스에서 활동할 수 있다.

20여년 전의 '사이버 가수'들은 실제 사람 목소리를 녹음해 놓고 더빙하는 방식으로 제작됐으나, 요즘은 어느 상황에나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음성합성 기술이 중요해졌다.

앞서 나온 가상인간 '로지'의 목소리를 만드는 데는 네이버가 개발한 '클로바 AI' 음성 합성 기술이 활용됐다.

실제 사람이 40분가량 녹음해 목소리 '샘플'을 확보하고 나면, AI가 이를 분석해 어느 분야에나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음성 합성으로 만들어 낸 목소리는 이미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챗봇 기술과 연동해 직접 대화 가능한 가상 인간에 활용된다.

선글라스 광고 모델로 발탁된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 '한유아'(오른쪽) [스마일게이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게임·메타버스에서 '살아 숨쉬는' 가상인간 나올까

사전 제작된 이미지와 영상을 '설정'과 함께 소비하는 것에 가까웠던 1990년대 말 사이버 가수들과 달리, 요즘 게임사들이 만드는 가상인간은 가상 환경 속에서 이용자와 직접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제희 엔씨소프트 CRO는 최근 언론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휴먼은 사람의 외형을 닮고 고정된 화면 속에 존재하는 정도를 넘어 나와 소통할 수 있고, 나의 표정을 읽고 반응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 정해진 대사만을 내뱉는 게임 속 NPC(Non-Playable Character)의 수준을 뛰어넘어, 실제 사람처럼 교감할 수 있는 가상 인간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메타버스 전문가인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과거보다 가상 인간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고, 게임 분야든 비게임 분야든 쓰임새가 커졌다"면서 "가상 인간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영향력이 커질 경우, 이를 활용한 수익 모델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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