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사중주 에스메 콰르텟 "눈빛만 봐도 알아요"..내달 리사이틀

김용래 2022. 5. 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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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숨소리만 들어도 어떻게 하려는지 알죠. 연주를 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유럽과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정상급 현악사중주단 '에스메 콰르텟'이 다음 달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더 그레잇'(The Great)이라는 야심 찬 제목으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에스메 콰르텟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데뷔 무대인 이번 리사이틀에서 가장 공들여 준비한 작품은 제목에도 반영된 베토벤의 대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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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서 '더 그레잇' 공연..베토벤 '대푸가' 선보여
2016년 독일 유학 중 결성..1년 반만에 세계적 권위 런던 콩쿠르 우승
"실내악 힘들지만 즐거워..청중 있는 한 오래오래 함께 연주할래요"
연합뉴스와 만난 에스메 콰르텟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현악사중주단 에스메 콰르텟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리한아트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원희, 하유나, 김지원, 허예은. 2022.5.18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숨소리만 들어도 어떻게 하려는지 알죠. 연주를 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유럽과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정상급 현악사중주단 '에스메 콰르텟'이 다음 달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더 그레잇'(The Great)이라는 야심 찬 제목으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위대한' 최정상 실내악단이 되겠다는 멤버 모두의 희망도 담겼지만, 현악사중주의 걸작이자 난해한 곡으로 정평이 난 베토벤의 '대푸가'를 마지막 레퍼토리에 넣었기에 붙인 제목이다. '대푸가 Op. 133'으로 알려진 이 곡의 영어 제목이 바로 'The Great Fugue'.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만난 에스메 콰르텟은 인터뷰 내내 강력한 팀워크와 서로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에스메'는 옛 프랑스어로 '사랑받다'는 뜻이다.

"마스크를 끼고 연주할 때는 표정을 볼 수가 없어서 좀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이제는 서로 숨소리만 들어도 척척 통하는 사이지요."(웃음)

에스메 콰르텟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데뷔 무대인 이번 리사이틀에서 가장 공들여 준비한 작품은 제목에도 반영된 베토벤의 대푸가다.

베토벤이 만년에 쓴 세 곡의 후기 현악사중주곡 중 하나인 13번은 6개 악장으로 구성됐는데, 마지막 6악장이 바로 걸작으로 꼽히는 '대푸가 Op. 133'. 국내 무대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레퍼토리다.

"힘든 곡이지만 저희만의 방식으로 연주해냈을 때 느끼는 희열이 있어요. 이 작품을 캐나다 몬트리올이나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등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며 발전시켜온 것들을 국내 팬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배원희·제1바이올린)

2016년 10월 유학 중이던 독일에서 결성해 올해로 7년차를 맞은 에스메 콰르텟은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창단한 지 불과 1년 반 만인 2018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국제현악사중주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며 유럽 클래식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 연주자들이 독주는 강하지만 실내악은 약하다'는 서구의 편견을 깨버린 통쾌한 순간이었다.

"워낙 유서 깊은 콩쿠르인데다가 멤버 전원이 여성인 콰르텟이 우승한 것은 저희가 처음이었거든요. '저 팀은 과연 어떤 팀이고 누구인가'하는 관심을 많이 받았죠. 그 후로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배원희)

제2바이올린 하유나가 "학생 느낌에서 갑자기 프로 연주자로서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게 된 엄청난 변화였다"고 하자, 배원희는 "음악에 있어서 항상 최선을 다하기에 연주에 있어서는 큰 변화는 없었다"며 웃었다.

배원희는 맏언니이자 제1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악단을 이끌면서 연주 외적으로도 각종 비즈니스를 도맡아 처리하는 듬직한 리더다.

"원희 언니가 초창기부터 많은 일을 했는데, 저희 '에스메 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CEO)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는 차장도 됐다가 과장도 됐다가 그래요, 하하"(첼로 허예은)

에스메 콰르텟은 프로 악단이면서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관심이 많다. 이날도 인터뷰 직후 서울대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열기로 해 시간이 꽤 빠듯했다.

에스메 콰르텟, 연합뉴스와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현악사중주단 에스메 콰르텟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리한아트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원희, 하유나, 김지원, 허예은. 2022.5.18 jin90@yna.co.kr

오는 7월 역대 최장·최대규모로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에도 처음 참여해 개막 공연은 물론, 실내악 아카데미를 열어 후배들에게 연주와 악단 운영의 노하우를 전해줄 계획이다.

허예은은 "국내에서 실내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오래되지 않았고 실내악을 배우기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저희 경험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실내악이 힘들지만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럽 무대에서 주로 활약해온 이들은 한국 클래식 팬들이 유럽 팬들과 어떻게 다르냐는 물음에 한참 생각하더니 '젊음'을 꼽았다.

"아무래도 유럽은 나이가 있으신 팬들이 많죠. 가령 '30년 전 알반베르크 4중주단의 연주를 들었는데 그들은 그렇게 하던데' 하시며 레전드들과 비교하거나…"(비올라 김지원)

한국 클래식 팬들은 유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낮은데다 젊고 실력 있는 연주자들에 대한 팬덤이 강해 유럽 연주자들이 내한공연을 하면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에스메 콰르텟은 이런 팬들과 더불어 나이가 지긋해질 때까지 계속 악단으로서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동안 한국의 젊은 솔리스트들이 많이 주목받았는데 저희가 사실상 여성 실내악단을 처음 하는 것이라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어요. 저희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청중이 있는 한 오래도록 계속 연주하겠습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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