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숙면 깨우는 밤손님 '다리저림'[메디칼럼](15)

2022. 5. 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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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살면서 한번쯤은 다리에 쥐가 난 적이 있을 것이다. 발가락이 꼬이며 종아리를 짓누르는 고통이 수분에서 수십분까지 지속하는데 필자도 어렸을 때 축구나 농구를 오래 하다가 몇 번 경험한 적이 있다. 특히 겨울부터 시작돼 4월까지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외부 활동을 거의 못 하다가 날씨도 따뜻해지고 방역 빗장도 풀리면서 야외활동 인구가 폭증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갑자기 무리하면 다리저림을 밤에 경험할 수도 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복용 약물이나 생활습관 점검

건강한 사람이 격렬한 운동을 해서 발생하는 다리저림이나 쥐가 나는 것은 어찌 보면 열심히 살고 있다는 훈장처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고령에 수면 중 다리저림을 주 증상으로 자주 내원하면 많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현재 앓고 있는 질병, 복용 중인 약물을 고려해야 한다. 오랫동안 당뇨 치료를 받고 있다면 저림의 원인이 혈관일 수 있고,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이 있다면 신경이 원인일 수 있다. 그 외에도 자가면역질환,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신경, 혈관, 근육 모두 원인이 될 수 있어 좀더 복잡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다리저림이 발생하기 직전 복용 중인 약물이 바뀌었는지 새롭게 처방받은 약물이 있는지도 물어봐야 한다. 술, 카페인 같은 약물 외에도 다리저림을 유발할 만한 식습관이 있는지 물어봐야 하고, 평소 수분 섭취를 어느 정도 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첫 단계가 끝났다면 두 번째 알고리즘은 평소의 생활습관을 파악하는 일이다. 운동이거나 근무로 인해 많은 시간 다리근육을 사용하는지, 꽉 끼는 옷을 입거나 오랫동안 한 자세로 있어서 혈액순환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위의 내용 중 강하게 의심이 되는 내용이 있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원인을 찾아내거나 스스로 교정을 할 수 있는 생활습관이 있다면(수분 섭취 부족·음주 등) 교정해보기를 권한다. 근육경련이 있을 때 마그네슘이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여러 매체를 통해 들어봤을 것이다. 마그네슘의 근육 떨림 완화 효과에 관한 많은 연구결과가 있는데 대표적인 연구는 산모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아마도 임신 시에는 근육경련이나 떨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인데 9000명의 임산부와 유아를 대상으로 10건의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코크레인 리뷰(Cochrane review)에서 마그네슘의 섭취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있다는 입증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그네슘의 섭취를 통해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이 실제 임상에서는 종종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지 복용해보기를 개인적인 임상 경험으로는 권하고 싶다. 전쟁이 난 이유도, 어떤 하나의 신체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도 여러가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이 되는 방법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도해보는 건 다리저림 같은 복잡한 원인이 있는 증상에서는 좋은 접근이다. 보통 혈액순환을 돕는 약물, 영양제를 통한 전해질 보충, 통증을 조절하는 약물 등이 수면 중 다리저림 증상의 치료법이다. 가장 의심이 되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어울리는 약물요법을 고려하게 된다.

이 정도 선에서 원인도 찾고 증상도 좋아진다면 다행이나 좀 더 복잡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하지불안증후군이다. 원인도 잘 모를 때 신드롬(syndrome), 즉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증상을 묶어 놓아 만든 질환이다. 휴식 중에 다리에 이상 운동이 발생한다. 특히 수면 시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다. 도파민 부족, 철분 결핍, 혈액·신경계 장애, 임신, 만성질환 등 연관성 있는 원인이 방대해 어느 하나는 걸릴 수밖에 없을 정도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에도 다리저림이나 다리에 쥐가 난다는 증상을 포함하기 때문에 수면 중 다리저림 증상으로 외래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다면 의사의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진단명이다. 물론 다른 기질적인 원인(내과적·정형외과적·신경과적 등)이 다 배제됐을 때 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치료방법은 마사지, 이완요법, 철분 보충 등 비약물적인 치료와 벤조다이아제핀, 항경련제처럼 근육과 신경통을 이완시켜주는 약물을 통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비약물 요법과 약물요법 모두 긴장과 신경과민 등을 완화해주는 공통점이 있다. 필자의 느낌은 과민대장증후군처럼 하지불안증후군도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질환인 듯하다. 과민대장증후군이 학업, 업무, 육아 등으로 인해 발생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이 원인이라면 하지불안증후군도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스트레스와 긴장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다리저림과 수면장애 무엇이 먼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듯, 다리저림이 먼저인지 수면장애가 먼저인지 역시 어려운 질문이다. 수면의 질이 안 좋은 경우 통증, 저림과 같은 신경계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혈압 증가로 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도 높아진다고 한다. 우선순위야 어찌 됐든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다리저림의 해결과 수면의 질 향상 중 선택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면 어떨까 싶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다리저림이 있다면 수면의 질을 높이는 치료를 병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림증상에만 초점을 맞춰 이를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숙면하겠지 생각할 수 있으나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노인의 유병률이 월등하게 높기 때문에 숙면에 대한 고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숙면을 돕기 위한 수면 위생, 호르몬요법, 약물요법 등을 고려해보는 것도 다각적인 치료의 관점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고민을 한 뒤에도 해당사항이 없거나 증상 조절을 위한 치료에도 별 효과가 없다면 다리저림이 내 몸의 적색신호(Red Flag sign)가 아닌지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할 수도 있다. 기우(杞憂)일 수 있으나 하지 부위의 혈관검사(초음파·컴퓨터 단층촬영 등)가 필요할 수 있고, 숨겨져 있는 암이 있는지 검사를 받아볼 필요도 있다.

뜬금없는 말인 듯하나 정신과 몸은 상통한다. 생리학적으로는 호르몬의 분비를 뇌에서 결정하고 피드백을 받기 때문이지만, 임상적으로 볼 때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경우 여러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S라인이나 태평양처럼 넓은 등 같은 외형적인 건강을 향한 관심도 중요하나 스트레스로부터 담대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도 중요하다. 스트레스에 노출된 정신의 방역(?) 또한 2년간의 ‘코로나19 시국’을 겪으며 우리가 배우게 된 교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용주 행신동 세란가정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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