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시네프리뷰]

2022. 5. 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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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펼쳐지는 상상력
[주간경향]

로랑 티라르 감독은 평소 친분이 있던 작가 파브리스 카로의 소설을 보고 바로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소설은 훨씬 혼란스럽고 산만한 주인공의 독백이 주를 이루는데 각색과정에서 이를 최대한 존중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제목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Le Discours/ The Speech)
제작연도 2020
제작국 프랑스
상영시간 87분
장르 코미디
감독 로랑 티라르
출연 벤자민 라베른, 사라 지로도, 줄리아 피아톤, 키얀 코잔디
개봉 2022년 5월 19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판씨네마㈜


동거하던 여자친구 소니아(사라 지로도 분)가 일방적인 휴식기 선포를 하고 집을 나가자 충격을 받게 된 아드리앵(벤자민 라베른 분)은 이른바 ‘실연의 5단계’ 과정을 속성으로 마친다.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결국 38일째 되는 날 문자를 보낸다. 여자친구가 본 것을 확인한 그는 쾌재를 부르며 가족식사에 참석한다.

부모와 곧 결혼을 앞둔 누나 소피(줄리아 피아톤 분)와 예비 매형 루도(키얀 코잔디 분)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아드리앵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하다. 늘 익숙한 메뉴와 대화가 반복되는 식사시간이 지겹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문자를 확인한 소니아는 왜 아직 답신이 없는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은 타들어 가는데 설상가상으로 예비 매형 루도는 결혼식 날 축사 부탁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러잖아도 부산스럽던 아드리앵의 의식은 이제 과거와 미래, 안드로메다를 넘나든다.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이하 〈완벽한 축사〉)은 한 소심한 남자의 이야기다. 더불어 공식적으로 영화를 탄생시킨 나라이자 누벨바그로 대표되는 작가주의 영화의 선진국이었던 프랑스 영화의 현재, 엄밀히는 현대 프랑스 상업영화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시네필 3단계’ 성취한 감독

프랑스의 소문난 영화광이며 평론가이자, 누벨바그의 주역인 프랑수아 트뤼포의 말이라고 널리 알려진 속칭 ‘시네필(cinephile)의 3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는 같은 영화를 반복해 보는 것. 2단계는 영화에 대한 비평을 쓰는 것. 3단계는 영화감독이 되는 것.

실제로는 트뤼포의 말이 왜곡된 것이라는 공식적인 반론이 최근 들어 제기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영화광들 사이에서는 신성한 경전처럼 추앙되는 말이다.

〈완벽한 축사〉의 연출을 맡은 로랑 티라르는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현대 프랑스 상업영화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견 감독이다.

1967년 프랑스에서 출생한 그는 미국으로 유학해 뉴욕대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한 후, 대형 영화사인 워너 브러더스에서 스크립터로 일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일을 했다.

프랑스로 귀국한 그는 영화잡지 ‘스튜디오’의 기자로 다년간 근무하며 많은 영화의 평론을 썼으며,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을 직접 인터뷰해 연재했다. 단행본으로 엮은 인터뷰는 국내에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영화감독 21인의 비밀 수업〉이란 제목으로 번역돼 2000년 말 출간되기도 했다.

이후 제작현장으로 복귀한 그는 몇편의 단편영화를 만들며 주목받았고, 2004년 〈거짓말, 배신, 그리고 더 많은 관계들〉이란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한다. 이후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2014), 〈업 포 러브〉(2016) 등 국내에도 개봉된 코미디 영화를 꾸준히 발표해왔다.

원작소설 존중한 각색 작업

〈완벽한 축사〉는 기본적으로는 코미디에 무게를 둔 작품이다. 실연의 아픔이라는 연애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로맨스영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통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는 달리 한 인물에게만 집중해 처한 상황과 의식의 흐름을 좇아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펼쳐보인다는 점에서 궤를 달리한다.

주인공 아드리앵은 시종일관 카메라를 바라보며 관객들에게 신세 한탄을 쏟아낸다. 평범해보이는 가족의 저녁식사 장면은 부지불식중 끼어드는 화자의 괴팍한 상상과 뒤섞인 기억으로 인해 마치 얄팍한 실험영화를 보는 듯한 거리감을 안긴다. 작가주의의 나라에서 태어나 할리우드 상업 시스템에서 성장한 감독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닮은 듯하다.

관건은 이기적이며 배려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 보이는 철없는 주인공의 실의가 과연 얼마나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애초 원작소설을 접한 독자들에게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로랑 티라르 감독은 평소 친분이 있던 작가 파브리스 카로의 소설을 보고 바로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소설은 훨씬 혼란스럽고 산만한 주인공의 독백이 주를 이루는데 각색과정에서 이를 최대한 존중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영화가 사랑해온 반가운 음악들



사운드트랙(Soundtrack)은 원래는 상영용 필름의 가장자리에 음성, 음악, 효과음 등 소리를 기록한 부분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영화음악’이란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영화음악은 크게 두갈래로 나뉜다. 작품만을 위한 연주곡들을 특별히 작곡하거나 기존에 있던 기성곡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사실 대중에게 영화음악으로 인식되는 곡 대부분은 아무래도 가사가 있고 귀에 익숙한 후자의 경우가 많다. 전자는 특별히 ‘스코어(Score)’ 또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riginal Soundtrack·OST)’으로 명명되며 보통은 음악 자체로 매력이 미비하지만, 영상과 함께 큰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편의 영화에 다수의 영화음악 앨범이 존재하는 사례가 많다. 작품을 위해 작곡된 연주곡 모음은 ‘스코어’ 앨범, 기성 삽입곡 모음은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구분해 발매한다.

기성곡에서 선곡해 삽입하는 음악은 클래식부터 K팝까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지만 유독 영화가 사랑하는 음악이 있다.

대중음악에 한정해 영어권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악은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다. 1978년 발표한 이 곡은 지금까지 대략 100여편의 영화, TV영상물 등에 사용됐다. 단일곡으로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 최근에는 빌리 아일리시의 ‘배드 가이’가 영화 속에서 자주 들린다.

비영어권에서도 사랑받는 곡들이 많지만 〈완벽한 축사〉의 엔딩에서 다시 듣게 된 리키 에 포베리의 ‘사라 페르체 티 아모’도 그중 한곡이다. 과거 〈귀여운 반항아(L’Effrontee)〉(1985)의 주제곡으로 유명해진 이 곡은 라디오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영화음악 방송 팬들의 단골 신청곡이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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