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영화축제의 서막[방구석 극장전]

2022. 5. 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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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을 마쳤다. 57개국 217편의 상영작, 코로나19 이전 관객수 80%대를 회복한 5만명의 관객과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 종료 직후 일상 회복의 서막을 알리듯 성공적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제는 ‘Film Festival’, 즉 영화축제다. 매년 5월 초 열어온 전주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상징하는 역할을 의도치 않게 맡아왔다. 2020년 영화제는 무관객 행사로, 2021년에는 좌석 간격을 엄격하게 유지해 1만명선의 관객을 맞이했다. 이렇게 관객수가 줄어든다고 들어갈 예산이 감소하진 않는다. 축제 측면에선 손발 다 묶인 채 행사를 한 셈이다. 이쯤 되면 차라리 쉬어가는 게 낫지 않나 반문할 이들이 적지 않을 테다. 전국 모든 영화제가 지난 2년간 겪은 고민이다.

2000년 영화제가 시작될 당시 인구 65만명의 전주가 ‘국제영화제’를 여는 것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23회를 맞이한 영화제는 부산과 함께 국내 대표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전주에는 ‘영화의 도시’라는 대명사가 당연한 듯 따라붙는다. 다양한 축제 방식이 존재하지만 ‘영화’가 갖는 파급효과만큼 시민들한테 쉽게 접근하는 축제는 흔치 않다. ‘그들만의 리그’ 소리를 듣는 순수예술 행사에 비해 그만큼 주목도가 높다.

이런 높은 관심은 ‘예술성 vs 대중성’의 논쟁 구도를 종종 형성한다. 국내 어느 영화제건 방향성이나 영화 외적 부분에서 홍역을 치르지 않은 사례가 없다. 전주는 지역사회와 큰 불협화음 없이 비교적 순탄했던 편이지만 영화제를 보는 동상이몽식의 접근법은 본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 축제를 왜?’라는 의구심 앞에서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었을 테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제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려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올해 전주 역시 ‘영화의 거리’ 곳곳에서 골목상영, 거리상영 등을 병행해 접근성을 높였다. 굳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버스킹 공연도 연계해 볼거리를 대폭 강화했다. 물론 실무가 몇곱절 늘어야 했다.

이렇게까지 영화제를 유지하려는 건 ‘행사를 위한 행사’를 초월하는 실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극장과 거리에 몰리지만 정작 영화인들은 제작 지원과 인더스트리(영화산업 관계자 대상) 행사 때문에 영화 볼 짬이 없다는 푸념을 요즘 들어 종종 한다. 영화제는 완성된 영화의 품평을 넘어 상업영화의 한계를 넘어선 다양한 시도의 후원자이자 장터 역할을 맡고 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획득하고, 완성된 영화를 세상에 선보이는 쇼-케이스에 배급지원 자문까지 영화제가 축제의 이면에서 담당하는 기능은 무한대로 넓어지고 있다.

이번 영화제의 깜짝 상영으로 큰 화제를 모은 〈그대가 조국〉 프로모션 측면을 봐도 영화제는 블록버스터 외 독립예술영화의 시장진입 창구로서 제 몫을 충실하게 소화하는 중이다. 그런 선전홍보가 썩 달갑진 않더라도 축제는 잠깐이고 일상은 지속돼야 하니까. 축제의 기억이 휘발되지 않도록 하려는 영화제의 시도는 진행형이다. 영화제의 주요 행사가 열린 야외공간은 ‘전주 영화의 집’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와 영화인들에게 다양한 영상문화를 제공하는 영화도서관으로 2024년 완공 예정이다. 도시 르네상스를 위한 영화제의 고민은 멈추지 않는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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