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사람, 오는 사람[편집실에서]

2022. 5. 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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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집권한 대통령들의 뒷모습은 한결같이 초라했습니다. 취임 초기엔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퇴임을 앞두고는 실망과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모두 비슷한 패턴을 되풀이했습니다. ‘물태우 논란’, ‘외환위기’, ‘아들 구속’, ‘부동산 가격 폭등’, ‘불법사찰’, ‘국정농단’ 등이 줄줄이 떠오릅니다. 그 이전(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야, 쿠데타, 시해, 정권찬탈, 백담사행 등으로 얼룩졌더랬죠.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통령은 KTX를 타고 양산으로 내려갔습니다. 두 사람의 지지율이 엇비슷합니다. 전임 대통령들이 너덜너덜한 상태로 권좌에서 내려오곤 했던 종래의 흐름과 견줘보면 유례가 없는 일대 ‘사건’입니다. 한끗 차이로 승부가 갈린 대선 지형이 지금까지도 공고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선에서 진 후보들이 채 2개월도 안 된 시점에 다시 정치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특수성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는 일들이 속출하는 양상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두고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수호집회와 규탄집회가 동시에 열렸을 때 오늘의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과반을 훌쩍 넘는 정권교체 여론에도 철옹성처럼 견고한 흐름을 보이더니 퇴임 당시 지지율이 2017년 대선 당시 득표율과 거의 똑같은 수준에서 임기를 마무리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뒷심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국민통합은 뒤로하고 갈라치기 통치에 몰두한 결과라며 폄훼하는 시각이 없지 않습니다만 민심이라는 게 붙잡고 싶다고 계획대로 쉽게 되는 게 아니지요. 새 정부는 여론조사의 의미를 깎아내리거나 전임 정권의 운명을 과거의 법칙 속으로 돌려놓으려 애쓰기보다 사상 초유의 현상을 상수(常數)로 받아들이는 게 더 현실적인 방향입니다. 민심이 두 동강 났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니까요.

‘내 편’은 뭘 해도 지지하고 ‘네 편’은 뭘 해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새로 출범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향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먼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 있습니다. 산토끼는 포기하고 집토끼만 잡는 방법입니다. 임기 마지막까지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한 문재인 정권의 사례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한계 또한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다음은 ‘두마리 토끼 잡기’ 전략입니다. 보수층 민심을 지키면서 진보진영의 민심까지 파고드는, 이른바 ‘영역 허물기’ 방법입니다. 성공하면 좌우는 물론, 중도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이상적이지만 실패하면 피아(彼我) 양쪽에서 쏟아지는 비판마저 감내해야 하므로 위험성이 아주 큽니다. 역대 정권이 다들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성공 사례가 없다고 외연 확대는 제쳐둔 채 내 편만 보고 정치를 하는 게 정답일까요. 윤석열 정권의 선택은 과연 어느 쪽일까요.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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