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허무는, 박지환[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2. 5. 18. 08: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배우 박지환, 사진제공|ABO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지환의 쓰임새가 조금씩 더 다양해지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2’에선 가리봉동 사건 이후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이수파 두목 ‘장이수’로, tvN 주말극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조폭 출신의 국밥 장수 ‘인권’으로 같지만 조금은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조폭 출신 캐릭터를 연거푸 맡긴 했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외모에 대한 벽이 있다면 힘들고 두려워할 게 아니라 서서히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그 벽이 지금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하하.”

박지환은 17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범죄도시2’로 스크린 흥행 싹쓸이에 나서는 소감부터 ‘우리들의 블루스’로 노희경 작가에게 선택받은 기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시적인 화법’으로 들려줬다.


■“마동석의 넓은 품, 가늠도 안 돼”

그는 ‘범죄도시’에 이어 시즌2에서도 감초 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범죄도시’ 시리즈 기획·제작과 연기까지 담당한 마동석과 호흡을 물으니 아주 당연하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연기하기도 바쁠 텐데 정말 수많은 걸 챙겼어요. 마동석 선배의 품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이 안 될 걸요. 부딪히면 아플 것 같지만 사실 24시간 안겨도 부드러울 정도로 품이 넓고 훌륭한 제작자예요. 또 연기할 땐 역량을 다 쏟아내고요. 존경하지 않을 수 없죠.”

전편부터 워낙 호흡을 잘 다져온 터라 따로 맞출 필요도 없었다고.

“첫 장면부터 아무 말도 안 하고 서로 시간을 갖다가 ‘시작됐어?’ 한마디를 하자마자 연기에 들어갔어요. 서로 정하지도 않았죠. 마동석 선배가 가진 특유의 유머와 유쾌함, 그리고 제가 가진 것들이 만나서 시너지가 나왔어요. 선배와는 처음 만나면서부터 ‘이 배우와 못할 연기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예의 없는 연기를 하더라도 즐겁게 받아주고요. 선배와는 1000편을 찍어도 또 새로운 게 나올 걸요.”


새로운 빌런 ‘강해상’으로 등장하는 손석구도 칭찬했다.

“저와 직접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고 마주치는 순간이 있는 정도인데요. 특별한 감정이 없어도 딱 마주쳤을 때 죽음에 대한 공포가 떠오르긴 하더라고요. 하하. 그것들을 어떻게 즐겁게 요리할까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손석구는 굉장히 놀라운 배우였죠. 분장하기 전엔 나들이 나온 선비처럼 터덜터덜 걷다가도, 분장을 마치고 딱 나오면 한마리 시커먼 표범으로 변했더라고요. ‘저 배우는 미쳐있구나’ 싶었어요. 독특한 배우라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정은, 주인공은 객을 편하게 맞는 주인이란 걸 알려준 선배”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이정은, 최영준과 함께 극의 재미를 이끈다.

“이렇게 좋은 배우, 작가, 연출과 함께할 기회를 얻은 게 꿈같이 행복해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특히 무대에 오를 시절부터 함께한 이정은에 대해선 존경심을 표현했다.

“이정은 선배를 가만히 보면 배우로서 어떤 강을 건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전 그 강이 뭔지도 모르고, 찾아도 없는 것 같은데, 이 선배는 그저 그 강을 건넌 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현장에선 ‘주인공이란 객에게 내 집에 편히 와서 쉬라고 하는 주인’이라는 걸 몸소 보여줘요. 주인이 불편해하면 손님이 힘든데, 주인이라면 저 정도 품과 객을 맞는 마음으로 모든 배우를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해야한다는 걸 배웠어요. 놀러온 사람은 아름다운 시간만 기억하는데, 주인은 새벽에 일어나 객이 잠들고난 후까지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이정은 선배에게서 그런 모습을 봤어요.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노희경 작가와 협업에 대해선 영광스러운 마음을 계속 내비쳤다.

“대본을 보면 한편의 문학을 보는 느낌이에요. 어떤 부분은 시고, 어떤 부분은 산문으로 제 마음을 건드리죠. 또 어떤 부분은 연극 대사처럼 핵심을 꽂고요. 또 어떤 부분은 모든 걸 비운 채 지문으로만 쓰여 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의아해했던 작품이에요. 연기도 첨가하거나 다듬으려고 하지 않아도 너무 자세하게 적혀 있어서 읽기만 하면 되더라고요. 노희경 작가에게 ‘제게 이런 선물을 줘서 감사하다’고 고백한 적도 있어요. 하하하.”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