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칸에선] 톰 크루즈와 이정재, 칸영화제의 흥행 카드

김지혜 2022. 5. 18. 07: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BS 연예뉴스 | (칸=프랑스)김지혜 기자] 제75회 칸영화제는 코로나19를 딛고 무려 3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바이러스 여파로 영화제 개최 형식과 일정에 대한 전통이 흔들리는 풍랑을 맞았기에 올해 영화제의 성공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칸영화제는 영화인들을 위한 잔치이며 축제다. 일반 관객이 영화를 관람(티켓 소지자는 가능)하거나 영화의 주요 행사를 참관할 수 없기에 관객 수가 중요 지표가 되는 관객 참여형 영화제와는 성패의 기준이 조금 다르다.

베니스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와 함께 3대 국제 영화제로 수십 년간 군림해온 칸영화제는 역사와 전통, 영향력 면에서 두 영화제를 앞선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영화제보다 한 발 앞서 거장의 신작을 선점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신성을 부지런히 발굴해 키우는 것으로 영화제의 영향력과 역량을 공고히 해왔다.

또 하나, 스타 게스트 초청을 통해 영화제 내내 화제성을 이어가는 것도 칸영화제의 주요한 성공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즉, 영화제 기간 내내 영화로 끊임없이 이슈와 대화를 생산해내고, 스타 게스트로 화제성을 이어가며 언론 노출을 극대화하는 것도 영화제의 중요한 성공 지표로 평가받는다.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는 당일 상영작 주역들이 참석하는 레드카펫이 영화제 내내 매일 열린다. 이 시간만큼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칸을 찾는 모든 관객들도 레드카펫에 선 스타들을 볼 수 있고, 그들이 받는 스포트라이트를 체감할 수 있다.

올해 칸영화제가 선택한 주요한 흥행 카드는 톰 크루즈와 이정재다. 두 배우는 영화제 초반인 18일과 19일 칸영화제의 사실상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됐다.

◆ 톰 크루즈, 30년 만의 칸나들이…초반 화제성 견인

톰 크루즈는 영화제 이틀 차인 18일(현지시간) 영화 '탑건:매버릭'으로 칸영화제에 참석한다.

'탑건:매버릭'은 교관으로 컴백한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과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미션에 투입되는 새로운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 톰 크루즈를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탑건'의 속편으로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초반 화제몰이가 필요한 칸영화제 측과 개봉 전 붐업이 필요한 파라마운트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떨어진 초청이라고 볼 수 있다. 칸영화제는 매년 할리우드 여름 시장의 포문을 여는 메모리얼 데이 개봉 예정작을 초청해왔다.

톰 크루즈는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뛰어난 매너와 쇼맨쉽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를 레드카펫에 세우고, 뤼미에르 극장에 입성시키는 건 아주 괜찮은 기획이다.

더욱이 톰 크루즈의 올해 칸영화제 나들이는 그 자체로 이슈가 될 전망이다. 톰 크루즈는 30년 이상 할리우드 최고의 톱스타로 군림해왔지만 칸영화제의 인연은 이번이 고작 두 번째다.

톰 크루즈는 1992년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한 '파 앤드 어웨이'가 그해 칸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당시 아내였던 니콜 키드먼과 참석한 바 있다. 폐막식에서 빌 어거스트 감독의 '최선의 의도'에게 황금종려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후 상업 영화 위주의 활동을 해왔기에 칸영화제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청춘스타로 칸을 수놓던 배우가 30년이 흘러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것도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

상업영화인 데다 속편인 영화에 칸이 관심을 보인 건 톰 크루즈라는 배우의 상징성과 '탑건'이라는 영화의 화제성 때문이다. 톰 크루즈는 칸영화제 참석 기간 중 기자, 영화인들이 함께 하는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이후 '탑건: 매버릭' 공식 상영을 위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 '오징어 게임' 이정재, 칸에서 감독 데뷔…세계적 관심↑

배우 이정재 역시 칸영화제의 초반의 흥행 카드로 꼽힐 만하다. 영화 '헌트'로 감독 데뷔를 앞둔 이정재는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오는 19일(현지시간) 밤 12시(한국시간 20일 0시) 전 세계 최초로 자신의 영화를 공개한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은 액션, 스릴러, 느와르, 호러, 판타지 등 장르 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선정해 상영하는 부문이다. 이 부문은 한국 영화와 유독 인연이 깊다. 올해도 '범죄도시2', '밀수', '마녀2' 등 수많은 한국의 상업 영화들이 이 부문 초청을 노리고 영화를 출품했다.

칸의 선택은 이정재 감독의 '헌트'였다. 이정재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이다. 올해 열린 미국의 배우 조합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잇따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인기뿐만 아니라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한국의 스타에서 월드 스타로의 입지를 굳힌 이정재가 감독으로 데뷔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칸도 초기부터 이점을 주목하며 그의 연출 데뷔작을 팔로잉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칸이 화제성 때문에 '헌트'를 픽한 것은 아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이 그동안 한국 영화를 선호해왔다고 해도 국가 쿼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부문 역시 초청을 위해 전 세계에서 출품된 수많은 영화와 채택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정재의 '헌트'는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볼 수 없는 뛰어난 완성도와 재미로 칸영화제 측을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정재는 이 영화를 수년 전부터 준비하며 배우로서의 경험과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집약해왔다.

여기에 '신세계', '무뢰한', '공작' 등의 영화를 만들며 프로덕션에 있어서 최고의 능력을 자랑하는 사나이 픽처스와의 공동 제작을 통해 신인임에도 흔들림 없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매력적인 첩보 스릴러물은 이정재, 정우성의 매력적인 연기를 통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을 통해 이정재는 절친 정우성과 23년 만에 작품 속 랑데부를 이뤄냈다. 한국에서 가장 주목하는 '헌트'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가 이정재, 정우성의 협연이기도 하다.

이정재는 2010년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하녀'로, 정우성은 2008년 비경쟁 부문에 상영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칸영화제를 찾은 이래 각각 12년, 14년 만에 칸을 방문하게 됐다. 이 영광스러운 일정에 20년 지기 절친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배우들 개인에게도 축복이다.

'헌트'의 칸 영화에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등도 데드라인 등은 이정재의 데뷔작 '오징어 게임' 상영을 올해 칸영화제의 주요한 볼거리 중 하나로 꼽으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감독 이정재에 대한 외신의 인터뷰 요청도 물밀듯이 밀려와 이정재는 영화제 기간 내내 별도의 짬을 낼 수 없을 정도의 바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ebad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