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D-3] ⑥ 한미동맹 새 청사진, 中·北도 주시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오는 21일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은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와 인도·태평양 질서에도 중요한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한미가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 뿐 아니라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좌표'가 이번 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회담에서 설정할 한미동맹의 방향성은 앞으로의 한중관계와 남북관계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국제질서는 '신냉전' 수준으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미러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경제·기술·인권 등 전방위 전선에서 진영 분화와 대립이 심해지는 양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국제질서 대변화 속에서 가치를 함께하는 동맹인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가치를 외교의 준거로 삼는 것에 조심스러웠던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확실히 '좌표 이동'을 예고한 것이다.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국력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외교부 간부들과 주재한 첫 회의에서 이번 회담을 "새로운 국제질서에 한국이 적극 동참할 계기를 마련할 좋은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말한 것은 새 정부의 기조를 보여준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여러 현안에서 한미가 어느 정도 수위의 메시지를 내느냐다.
이미 한미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해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동맹의 협력 범위를 상당히 포괄적으로 넓힌 바 있다. 미중의 주요 경쟁 분야인 5G 및 6G 기술과 반도체, 신흥기술은 물론 대만 해협 문제까지 거론됐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를 토대로 더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이슈는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비롯한 한미간 경제안보 공조가 대표적이다.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중요한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까지 논의된다면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나, 중국의 체제 성격과 직결되는 인권 관련 사안이 거론될지도 관심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첫 통화에서 각자의 '가치·비전'을 존중하자고 한 반면, 왕 부장은 상호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양국의 미묘한 시각차를 보여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은 (이번 회담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성명에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담긴 '포용적'(inclusive)이라는 표현이 이번에도 들어가는지가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일관계 악화로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던 한미일 3국 공조가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계기로 다시 본격 추진된다면 지역 역학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이 박진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기 위한 일본과의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은 미국의 관심사를 잘 보여준다.
이번 회담 결과는 한반도 문제의 향배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반도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등 도발 가능성이 고조된 동시에,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도적 협력 필요성도 부상하는 등 복잡한 상황이다.
한미는 일단 대북 공조의 초점을 대화 재개에서 억제력·압박 강화로 옮겨갈 가능성이 큰데 북한도 이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회담 결과가 자신들이 원하는 적대시 정책 해소와 대북제재 해제 등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핵실험 결행 등 군사력 강화를 위한 '마이웨이' 행보를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논의하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활성화도 논의될 전망이다. 북한은 통상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 배치를 대북 '적대시정책'이라고 여겨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북한은 2018년 남북 판문점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계승 여부도 한미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판단할 중요 가늠자로 보고 예의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상이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히며 손을 내밀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이에 호응한다면 제한적이지만 남북간 협력에 동력이 붙을 소지도 있다.
박원곤 교수는 "신중하고 정교한 메시지가 필요해진 상황"이라며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강력한 어조로 미국의 대한국 방위공약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지만,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다소 메시지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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