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목욕탕에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냉탕, 온탕이 깔깔 껄껄 웃는다.
날이면 날마다 밑천 다 드러낸 사람들만 보다가 팬티 입은 이주 노동자들을 보니 모처럼 대접받는 것 같겠다.
산 설고, 물 설고, 낯 설고, 말 선 이국땅에서 일하다가 맞이한 설 연휴가 얼마나 꿀맛일까.
냉탕과 온탕 사이, 이주와 토착 사이 무지개가 뜬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남호섭
이주 노동자 세 사람
팬티 입은 채
목욕탕에 들어왔다
수영장에 온 사람들마냥
자기들끼리는 싱글벙글
냉탕 온탕 들락날락하는데
아무 말 못 하고 째려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슈퍼 할아버지 하시는 말씀
다 보여 주는 건 우리 손해고
다 못 씻는 건 지놈들 손해지
설날 앞둔 일요일 아침
뜨거운 김 피어오르는 목욕탕에서
한데 어울려 목욕을 한다
냉탕, 온탕이 깔깔 껄껄 웃는다. 바둑무늬 타일이 군데군데 이 빠진 채 웃는다. 시원하게 웃고, 모락모락 웃는다. 날이면 날마다 밑천 다 드러낸 사람들만 보다가 팬티 입은 이주 노동자들을 보니 모처럼 대접받는 것 같겠다. 목욕탕에서야 팬티 하나면 설빔 같은 정장 차림 아닌가. 산 설고, 물 설고, 낯 설고, 말 선 이국땅에서 일하다가 맞이한 설 연휴가 얼마나 꿀맛일까. 행복슈퍼 할아버지 덕분에 동네 터줏대감들 이맛살 펼쳐진다. 하마터면 질 뻔하던 게임, 일대일로 팽팽하게 균형을 되찾는다. 피부색과 문화는 달라도 한데 어우러진다. 냉탕과 온탕 사이, 이주와 토착 사이 무지개가 뜬다.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맨발에 슬리퍼, 매일 개와 산책…자연인 文 전 대통령 일상
- '여기서 일하면 아이디어 샘솟겠네'…구글 새 사옥 보니 [영상]
- '어디가 더 권위적?' 尹·文 집무실 '비교 사진' 올린 이경
- '개구리 소년, 타살 아니다'…31년 만에 충격 주장 '파문'
- 한살 아들 온몸에 ‘문신’… 30만 팔로워 모아 좋다는 엄마
- 고혈압 약 드셨나요…그럼 이 주스 먹으면 안 됩니다
- 암호화폐 존버족도 떠나는데 2030년 폭발적 성장?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 尹 '하늘색 넥타이'는 김건희 여사 '코디'…'협치 의미 담아'
- 천 마스크만 있나…김정은, 마스크 두겹 쓰고 시찰
- 이재명 '개딸, 세계사적 의미' 진중권 '과대망상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