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목욕탕에서

여론독자부 2022. 5. 18.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냉탕, 온탕이 깔깔 껄껄 웃는다.

날이면 날마다 밑천 다 드러낸 사람들만 보다가 팬티 입은 이주 노동자들을 보니 모처럼 대접받는 것 같겠다.

산 설고, 물 설고, 낯 설고, 말 선 이국땅에서 일하다가 맞이한 설 연휴가 얼마나 꿀맛일까.

냉탕과 온탕 사이, 이주와 토착 사이 무지개가 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

- 남호섭

이주 노동자 세 사람

팬티 입은 채

목욕탕에 들어왔다

수영장에 온 사람들마냥

자기들끼리는 싱글벙글

냉탕 온탕 들락날락하는데

아무 말 못 하고 째려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슈퍼 할아버지 하시는 말씀

다 보여 주는 건 우리 손해고

다 못 씻는 건 지놈들 손해지

설날 앞둔 일요일 아침

뜨거운 김 피어오르는 목욕탕에서

한데 어울려 목욕을 한다

냉탕, 온탕이 깔깔 껄껄 웃는다. 바둑무늬 타일이 군데군데 이 빠진 채 웃는다. 시원하게 웃고, 모락모락 웃는다. 날이면 날마다 밑천 다 드러낸 사람들만 보다가 팬티 입은 이주 노동자들을 보니 모처럼 대접받는 것 같겠다. 목욕탕에서야 팬티 하나면 설빔 같은 정장 차림 아닌가. 산 설고, 물 설고, 낯 설고, 말 선 이국땅에서 일하다가 맞이한 설 연휴가 얼마나 꿀맛일까. 행복슈퍼 할아버지 덕분에 동네 터줏대감들 이맛살 펼쳐진다. 하마터면 질 뻔하던 게임, 일대일로 팽팽하게 균형을 되찾는다. 피부색과 문화는 달라도 한데 어우러진다. 냉탕과 온탕 사이, 이주와 토착 사이 무지개가 뜬다.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