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울의 밤 떠도는 20대 청춘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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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가 넘은 시각.
장례식장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20대 재호와 마리는 새벽 첫차가 올 때까지 산책하듯 서울 거리를 누빈다.
첫차가 다닐 때까지 불 켜진 맥도날드에서 밤을 지새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가난한 청춘에게 현실은 봄밤처럼 산뜻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책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육천 원과 만 원 사이를 오가다 장례식장까지' 오게 된 20대 청춘의 밤과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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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232쪽|나무옆의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밤 12시가 넘은 시각. 장례식장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20대 재호와 마리는 새벽 첫차가 올 때까지 산책하듯 서울 거리를 누빈다. 때로는 도보로, 때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24시간 불 켜진 맥도날드를 찾아 시내 곳곳을 돌아다닌다. 광화문, 청계천에서 동대문을 거쳐 대학로로, 다시 서대문으로 이어진 밤 산책은 남산으로까지 확대된다.
이들의 밤은 경쾌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하다. 첫차가 다닐 때까지 불 켜진 맥도날드에서 밤을 지새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가난한 청춘에게 현실은 봄밤처럼 산뜻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취업난과 불안한 미래, 죽음에 대한 오래된 트라우마, 가족에 대한 죄책감 등 쉽게 풀기 어려운 삶의 무게가 이들의 어깨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책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육천 원과 만 원 사이를 오가다 장례식장까지’ 오게 된 20대 청춘의 밤과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죽음의 이미지가 압도하는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서울 밤의 세계를 스케치하는 이 소설은 청춘의 막막함과 외로움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는 가운데 여백의 미를 보여 준다”는 심사평처럼 소설은 청춘의 방황과 성장, 죽음의 의미를 깊지만 무겁지 않게 써내려간다.
어느 날 재호와 마리가 청계천에서 튀어 오른 물고기를 쫓아 인왕산까지 오르는 장면은 밤의 라이딩을 환상적으로 묘사한다. 둘은 말한다. “우리도 언젠가 저 물고기처럼 훨훨 날아가는 날이 오겠지”,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올 거야. 우리도 언젠가는 정규직 일자리를 얻을 거야”라고.
소설가 권지예는 추천사에서 “아름다운 애도와 성장의 서사가 청춘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위안을 선물한다”고 썼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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