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벤치도 아닌 마이너리그로..비지오의 끝없는 추락[슬로우볼]

안형준 2022. 5.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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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비지오가 위기를 맞이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5월 17일(한국시간) 내야수 캐반 비지오를 코로나19 부상자 명단(IL)에서 복귀시켰다. 지난 4월 26일 IL에 오른 비지오는 약 3주만에 건강을 회복했다. 하지만 팀 내 입지까지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토론토는 비지오를 마이너리그 옵션을 사용해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스로 보냈다. 강등이었다.

사실 IL에 등록된 덕분에 늦어졌을 뿐 성적을 보면 강등은 당연했다. 비지오는 올시즌 13경기에 출전해 .043/.214/.043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 없이 볼넷 3개를 골라냈을 뿐이었다. 시즌 안타가 단 1개에 불과했던 만큼 토론토 입장에서도 계속 기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입지를 잃은 비지오는 올시즌 경쟁으로 자리를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하는 시기에 부진과 부상이 겹친 비지오는 결국 주전 자리를 따내기는 커녕 빅리그 로스터 자리마저 잃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의 2루수 크랙 비지오의 아들인 비지오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토론토에 지명됐고 2019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시즌 100경기에 출전해 .234/.364/.429 16홈런 48타점 14도루를 기록한 비지오는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5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단축시즌이 진행된 2020년 59경기에서 .250/.375/.432 8홈런 28타점 6도루를 기록하며 성적을 더 끌어올렸다.

하지만 비지오는 지난해 부상을 겪으며 79경기 출전에 그쳤고 성적도 .224/.322/.356 7홈런 27타점 3도루로 크게 떨어졌다. 그리고 올시즌 최악의 부진과 부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높은 곳을 노리는 토론토 입장에서 2년 연속 무너진 비지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은 어려웠다. 비지오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지만 수비 활용도도 타격이 '기본'은 될 때에 가치가 있다.

토론토는 오프시즌 주전 3루수로 맷 채프먼을 영입했다. 6년차 채프먼은 이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황금장갑을 3개나 수집한 리그 정상급 3루수. 채프먼의 합류로 지난해 확실한 주인이 없었던 3루는 올시즌 '품절'이 됐다. 지난해 팀의 첫 번째 3루수였던 비지오는 채프먼의 합류로 다른 포지션을 찾아야 했다. 비지오는 마커스 세미엔이 떠나며 공석이 된 2루수 자리를 두고 산티아고 에스피날과 경쟁했다.

1995년생인 비지오보다 한 살 많은 에스피날은 2020시즌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시즌 26경기에서 .267/.308/.333 6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전형적인 백업 선수의 모습을 보였던 에스피날은 지난해 비지오가 부침을 겪는 사이 92경기에 출전해 .311/.376/.405 2홈런 17타점 6도루의 준수한 성적을 썼다. 에스피날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313/.389/.594 2홈런 7타점을 기록해 .286/.414/.429 1홈런 3타점을 기록한 비지오를 근소하게 앞섰다. 정규시즌 비지오가 안타 1개를 기록하는 동안 에스피날은 36경기에서 .281/.344/.439 2홈런 15타점 3도루를 기록했고 이제는 비지오를 멀찌감치 앞서는 확실한 '주전 2루수'가 됐다.

최근 흐름을 보면 비지오의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지오는 데뷔 시즌부터 타격에 엄청난 강점을 보인 선수는 아니었다. 비지오의 최대 강점은 리그 최상위권의 볼넷 출루율을 자랑하는 뛰어난 선구안. 선구안을 제외하면 비지오는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 생산성을 보이는 타자가 아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메이저리그에 분 '2세 열풍'에 힘입어 크게 주목을 받았지만 비지오는 다른 '주니어'들에 비해 평가가 낮은 선수였다. 팀 동료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올시즌 데뷔한 바비 위트 주니어(KC) 등 많은 '빅리거 2세'들이 유망주 랭킹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비지오는 한 번도 TOP 100 랭킹에 포함된 적이 없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도 6시즌 .253/.372/.419 46홈런 225타점 48도루로 평범했다.

유망주 시절 평가와 마이너리그 성적, 빅리그 데뷔 후 성적 추이를 감안하면 비지오의 부진은 어쩌면 잠시 겪는 슬럼프가 아닌 피하기 힘들었던 흐름의 일부일 수도 있다. 너무도 위대했던 아버지의 이름이 비지오에 대한 기대치를 지나치게 키운 것일 수도 있다. 게레로와 타티스가 1999년생으로 아직도 23세인 것과 달리 1995년생인 비지오는 벌써 27세가 됐다. 아직은 젊지만 더는 '어린 유망주'가 아니다. 이제는 전성기 기량을 보여야 할 나이다.

비지오를 밀어낸 에스피날도 풀타임 경험이 없는 선수. 언제든 부침을 겪을 수 있다. 비지오가 마이너리그에서 제대로 준비를 마친다면 기회는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과연 비지오가 다시 빅리그로 돌아와 아버지의 찬란했던 이름을 제대로 이어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캐반 비지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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