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잘 활용' 80%..다시 '출근 도장'? "근무장소 선택권을"

박태우 2022. 5.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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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포스트코로나, '뉴노멀' 재택근무
①새로운 근무형태로의 진화
출퇴근 시간 절약해 '워라밸'
노동자 73% "재택 계속 원해"
일·가정 양립, 삶의 질 향상돼
현대모비스·네이버 등 호응
"도전적 인재들 들어오려면
매력적 근무환경 제공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출퇴근 시간이 너무 아까워졌다. 왕복 두시간, 준비 시간까지 합치면 세시간. 그 시간에 차라리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로 출근하니 회의도 많아지고 잡담도 많아졌다. 퇴근 시간 뒤 20∼30분 추가근무는 기본이고 ‘번개회식’도 생겼다. 예전엔 퇴근을 하자마자 집 앞에서 운동도 하고 볼일도 봤는데, 이제는 그 기회가 사라진 느낌이다.”

최아무개(30)씨가 다니는 회사는 최근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근무, 이른바 ‘풀 출근’으로 근무형태를 바꿨다. 2년 전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만 해도 재택근무는 불가역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졌으나, 일상 회복과 함께 사무실 출퇴근으로 역행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일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재택근무’에 최적화됐던 노동자들은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는 일이 영 불편하고 어색해졌다. 재택근무 만족도가 높았던 노동자들은 이제 ‘근무장소 선택권’을 요구한다.

1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비대면 시대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일·생활균형’(연구책임자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을 보면, 재택근무에 대한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7∼9월 재택근무를 경험해본 노동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재택근무가 필요하다’ ‘재택근무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은 각각 80%를 넘겼다. 코로나19 종결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활용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72.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 가운데 60%는 평균 주 1~2회인 재택근무 횟수를 유지하겠다고, 24.9%는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당시만 해도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던 기업들은 75.2%가 재택근무를 유지(당시 수준 유지 또는 축소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재택근무를 제도화한 정보기술(IT) 업종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그 비중을 상당 수준 줄이거나, 사무실 출근으로 돌아가고 있다.

노동자들이 재택근무를 유지·확대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출퇴근 시간과 체력 절약, 그로 인한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콜센터 노동자는 “아침 7시 반부터 아이들을 등원·등교시킨 뒤 지각 안 하려고 엄청 뛰어다니느라 한여름엔 진이 빠지고 업무 시작 전부터 너무 힘들었다”며 “재택으로 전환된 뒤에는 그런 시간이 단축되니까 좋았다”고 했다. 한 제조업 대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39)씨도 “재택 하는 날엔 통근시간 50분을 아낄 수 있으니 달리기로 건강 관리를 했다”며 “9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아빠 오늘 재택이야?’라고 물을 정도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길어졌다”고 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재택근무 이후 ‘일·가정 양립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이들은 32.5%, 육체적 피로감이 감소했다고 밝힌 비율은 35.4%, 여가시간 확보에 따른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답변한 비율은 41.8%에 달했다.

노동자들은 2년 동안 재택근무에 익숙해졌고, 재택을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사실상 해제된 만큼 사무실 근무가 가능하니, 사무실이든 사무실 아닌 곳이든 일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완성차 대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송아무개씨는 “코로나19 2년 동안 재택근무가 이뤄졌지만, 회사의 실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직원들이 성과를 못 낸 것도 아니다”라며 “사업환경 변화에 따라 경영의 혁신을 경영진이 강조하는데 근무형태에 관한 혁신은 왜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재택근무 비중이 축소되고 있는 정보기술 기업에 다니는 박아무개(30)씨도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에 장단점이 모두 있으니, 모두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선택권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실제로 본인에게 적합한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재택근무를 인사제도의 하나로 채택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재택근무를 제도화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들이 들어오려면, 구직자에게 매력적인 근무환경 경쟁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8년, 사무실 출근을 전제로 약 4900억원을 들여 제2사옥을 지었다. 하지만 반기에 한번씩 완전 재택근무 또는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근무제도를 만들었다. 네이버 인사팀 관계자는 “특정 근무제를 활성화하기보다 직원 개개인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어디서 일하느냐보다는 일의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제도화한 스타트업 ‘오늘의집’ 역시 “중요한 것은 재택근무 자체가 아니라, 우리 구성원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고 자신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문제”라고 밝혔다.

박태우 천호성 신다은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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