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XY 염색체 모두 갖고 태어난다면.. 안방극장에 다양성 들고 온 신인 작가

김소희 2022. 5. 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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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보니 여성(XX)과 남성(XY)의 성염색체를 모두 가진 '참남녀한몸'이다.

엄마는 산부인과 의사인 무성애자 여성, 아빠는 동성애자 남성이다.

홍 작가는 "재이가 자아정체성을 찾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남녀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을 바라보길 바랐다"고 했다.

홍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지만 정작 드라마를 써야겠다는 용기를 내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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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프로젝트로 데뷔한 홍성연 작가 인터뷰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오펜에서 드라마 'XX+XY' 홍성연 작가가 본지와의 인터뷰 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태어나보니 여성(XX)과 남성(XY)의 성염색체를 모두 가진 '참남녀한몸'이다. 산모는 갓 태어난 아이를 보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신생아실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한 가족이 입양한다. 엄마는 산부인과 의사인 무성애자 여성, 아빠는 동성애자 남성이다. 아이는 자라나 고등학생이 됐고 두 가지 성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지난 9일 tvN 드라마 프로젝트 '오프닝(O'PENing)'을 통해 공개된 4부작 단막극 'XX+XY'의 줄거리다.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마포구 CJ오펜에서 만난 홍성연(30) 작가는 "한 캐나다 부부가 아이의 성별을 나중에 결정하기 위해서 '무성(無性)'으로 지정했다는 기사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성소수자가 나오는 유튜브 채널,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봤어요. 무엇보다 (그들은) 너무 평범한 사람인 거예요. 자신에 대해 확고할 뿐이죠."

지난 9일 tvN 드라마 프로젝트 '오프닝(O'PENing)'을 통해 공개된 4부작 단막극 'XX+XY''는 XX, XY 염색체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 성별 결정권을 가진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을 담은 성장 드라마다. tvN 제공

주인공 정재이(안현호)는 '인터섹스'(intersex)로 규정된다. 홍 작가는 "재이가 자아정체성을 찾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남녀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을 바라보길 바랐다"고 했다. 남성에게 진단되는 '클라인펠터증후군'과 구분 짓고 극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2차 성징을 맞이하고 선택을 앞둔 재이 옆에는 "남자든 여자든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더 행복할지 선택은 네 몫”이라며 응원을 보내는 가족이 있다. 친구들은 "네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 넌 그냥 나한테 고마운 친구"라며 재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홍 작가는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에서 주된 갈등은 부모님에게 (소수자성을) 숨기면서 발생했지만, 이젠 다른 얘기를 해야 할 때"라며 "기본값 자체를 존중과 배려로 잡고 싶었다"고 밝혔다. "재이의 주변 사람들은 그저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지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니에요. 현실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지난 9일 tvN 드라마 프로젝트 '오프닝(O'PENing)'을 통해 공개된 4부작 단막극 'XX+XY'는 XX, XY 염색체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 성별 결정권을 가진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을 담은 성장 드라마다. tvN 제공

드라마 속 유일한 악역은 현실의 반영이다. 재이를 챙기는 것처럼 행동하던 반장 민화진(김강민)은 남모르게 청소년 라디오 DJ로 활동하며 재이의 소수자성을 폭로하겠다고 나선다. 홍 작가는 "화진이가 악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가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 하나하나가 모이면 화진이가 된다"고 했다. 이어 "재이 같은 인물은 화진이 같은 인물과도 함께 살아가야 할 테고, 상처도 받겠지만 자아가 견고해지면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오펜에서 드라마 'XX+XY' 홍성연 작가가 본지와의 인터뷰 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재이는 선택의 순간을 향해 가는 듯하지만 결국 두 성별 중 하나를 택하지 않는다. 홍 작가는 "제가 만든 인물이지만 재이의 성별을 제가 정할 순 없었다"며 "양쪽에 치우치지 않는 초기 설정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난 아직도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잘 모른다. 언젠가는 선택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 하나, 나는 정재이다"라는 내레이션으로 끝이 난다. "남보다 자신에게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누군지, 뭘 좋아하는지 알아나가면서 정체성을 찾아 나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작가에게 선택이란 "혼란스럽지만 기대가 드는 감정"이 드는 단어다. 홍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지만 정작 드라마를 써야겠다는 용기를 내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고 했다. 앞으로 그는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생각거리를 던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보고 '인터섹스'를 검색해보는 것처럼 '이런 게 있구나' 하며 찾아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문을 열게 되는 게 아닐까요."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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