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수준 탁월한 韓, 기후 원천기술 미흡한 이유는

황국상 기자 2022. 5. 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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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를 만드는 사람들]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기후기술 발전 가능성의 관점에서 한국의 인적 자원 수준은 탁월하다. 좋은 공과대학에서 수준 높은 기술을 연구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들이 창업 극초기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폭발적 성장을 이뤄내기 전까지 버텨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금융 인프라는 아직 미국 등에 비해 미흡하다. 이 부분이 제일 아쉽다."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의 얘기다. 제 대표는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컨설팅펌 맥킨지를 시작으로 크레디트스위스, 칼라일 등 글로벌 IB(투자은행)과 PE(사모펀드) 등을 거친 투자전문가로 꼽힌다.

2016년 설립된 국내 1세대 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의 대표를 지냈다. 인비저닝파트너스는 2021년 옐로우독의 운용인력들이 기존 자산을 이관받아 설립된 회사다. 기업의 상업적 성과와 사회적 임팩트를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로 분류되는 다양한 형태의 투자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 전략의 투자로 분류된다.

인비저닝파트너스는 △기후 솔루션 △헬스&웰니스(복지) △교육 △미래의 노동 등 4개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통해 혁신을 도모하는 기업에 투자해왔다. 특히 2021년부터 기후변화 대응 솔루션에 대한 우선순위를 상향조정해 에너지 전환 촉진,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순환경제, 탄소포집 및 자원화 부문에 집중해왔다.

올 2월말까지 인비저닝파트너스의 운용자산은 1651억원, 포트폴리오 기업은 한국·미국·싱가포르·베트남 등지에 32개사(현재는 36개사)에 이른다.

이산화탄소로 항공유와 산업 공정가스를 만드는 디멘저널에너지, ESS(에너지저장장치) 부문의 차세대기술인 VRFB(바나듐레독스흐름전지)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에이치투, 폐배터리 재활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린라이온 등에서부터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 의약품·식품물류의 콜드체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스랩아시아, 디지털 기반 폐기물 통합관리서비스 리코 등이 인비저닝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았다.

시리즈 A, B 등 본격 성장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리드(Lead) 투자자로 참여해 창업자와 긴밀히 소통하고 환경·사회적 문제해결에 나서는 사업모델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단계까지를 주로 담당한다. 점차 후기 단계의 투자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제 대표는 "기후기술을 하겠다는 회사들이 많지만 다수가 여전히 소프트웨어를 통한 솔루션을 만드는 쪽을 선호하고 VC(벤처캐피탈) 등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온실가스는 물리적 설비에서 배출되는 만큼 이를 줄이기 위한 하드웨어적 솔루션이 필요하다. B2B(기업간 거래), 딥테크(기저기술) 등에서의 혁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기후관련 하드웨어, B2B, 딥테크 부문에서의 창업이나 투자는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창업 초기 폭발적 성장세를 보여주기가 어렵고 R&D(연구개발)에 더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상업화하기까지의 기간도 더 길다. VC 등 투자자들도 E커머스(전자상거래) 등 혁신에 필요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부문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인비저닝파트너스 2021년 임팩트보고서 캡쳐. 올 2월말 기준 현황이 수록돼 있다. 이 중 투자대상 기업의 수는 현재 36개사로 늘어났다.

제 대표는 "극초기 리스크를 벗어났으면서도 딥테크·하드웨어 기술에 집중하는 좋은 기업들을 미국에서는 더 많이 만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젊은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문턱이 있다"고 했다.

또 "미국에서는 창업 초기 기업들이 에너지부·국방부 등 정부부처의 그랜트(지원금)처럼 창업자 지분이 희석되지 않은 채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인프라가 잘 돼 있는 데다 비영리 속성의 재단이나 대학기금 등에서 촉매자본, 인내자본 등을 활발히 공급한다"며 "투자지분 가치를 투자시점이 아니라 사후에 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세이프'와 같은 자금도 풍부하다"고 했다.

그는 "기후 관련 딥테크·하드웨어 초기 기업들이 초기 리스크를 벗어나 설비투자 등 물리적 투자로 규모를 키워가는 과정에서도 에쿼티(보통주 지분) 외 벤처대출(Venture Debt),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며 "이같은 인프라로 극초기 리스크를 이겨내고 인비저닝과 같은 후속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젊은 학자와 연구자나 기업 내에서 혁신을 담당하는 이들이 기후기술 영역에서 창업을 활발히 하도록 하려면 극초기 촉매자본 등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최근 수년간 ESG와 기후변화 등에 대한 인식 제고로 국내에서도 임팩트 투자는 물론이고 ESG 투자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높아졌다. 제 대표는 "과거만 해도 임팩트 투자 등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냉소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변곡점을 완전히 지났다"며 "임팩트투자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기초적 개념을 묻는 이들은 이제 없고 인비저닝이 무엇을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를 주로 물어온다"고 했다.

다만 국내에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외부기관의 평가대응 등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그는 "ESG 평가 대응은 기업이나 투자자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하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 역할은 하겠지만 문제는 그 다음 단계에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이냐를 제시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ESG를 통해 얼마나 지속가능한 장기적 성과를 일궈낼 수 있을지, 얼마나 적극적으로 '긍정적 임팩트'를 혁신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지만 아직 이 점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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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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