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중국발 본격 인플레 온다

손진석 경제부 차장 2022. 5. 1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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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뉴스1

글로벌 노동시장을 분석하는 해외 학자들은 오랫동안 중국과 멕시코를 비교해왔다. 임금이 낮고, 인력 숙련도는 높고, 생산량은 많다는 3박자가 엇비슷했다.

이제는 중국과 멕시코를 함께 묶기가 어려워졌다. 2020년 기준으로 시간당 인건비가 중국(6.5달러)이 멕시코(4.82달러)보다 35% 높다. 멕시코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전을 벌이며 “중국은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평균 인건비는 2009년 이후 10년 사이 2배가 됐다. 경제 수도 상하이의 월 최저임금은 2590위안(약 49만원)인데, 20년 전의 5배에 달하는 액수다.

주목할 대목은 중국이 맡던 ‘세계의 공장’ 역할이 다른 나라로 배턴터치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후발 주자 0 순위인 인도는 인건비가 낮고 덩치가 큰 나라다. 그러나 인력의 숙련도 및 성실도에서 한참 멀었다는 평가가 많다. 다른 대체 후보인 베트남은 인구가 중국의 10분의 1에 못 미친다.

당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시적 요인이다. 한 고위 경제 관료는 “전쟁이 끝나면 중국에 의한 ‘싸고 질 좋은 대량생산’이 막혔다는 본질적인 문제가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중국 인구는 전체의 0.03%인 48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는 처음으로 인구가 꺾이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젊은 중국인’의 감소는 전 세계적인 인건비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국이 공장을 돌리지 않고 디지털화된 나라가 되면 세계 물가에는 재앙”이라고 했다. 과거 일본 기업들이 수출에서 내수로 무게 추를 옮겼듯 중국 기업들도 서서히 풍족해진 내수 시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오는 10월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종신 집권을 선언할 예정이다. 서방과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사태에 호되게 당한 터라 세계 주요국은 원료며 생산물을 넉넉히 쌓아놓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자유무역이 번성하던 시기에는 신속한 원료 조달 덕분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시 생산(just-in-time)’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비상 상황을 염두에 두고 뭐든지 비축해두려는 ‘예비 생산(just-in-case)’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산 원가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 들어 내내 유지된 글로벌 저물가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탄이다. 다시 인플레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고, 중국은 그런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중심에 있다. 코로나 확산을 막겠다며 중국 정부가 주요 도시를 봉쇄한 것만 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의 물가를 자극한다는 걸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정부는 물가 대응을 위해 넓은 시야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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