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97] 목포 준치회무침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2. 5. 1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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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치 회무침/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준치는 가시가 많다. 그런데 이놈의 가시가 등뼈를 가운데 두고 일정하게 같은 방향으로 자리를 잡은 게 아니라 눕기도 하고 서기도 했다. 그러니 맘대로 먹을 수가 없어 조심해야 한다. 달콤함에 취해 올라오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요즘 딱 어울리는 말이다. 이런 의미를 담아 조선시대에는 준치를 선물했다고 한다.

전남 해남의 해남 윤씨 녹우당이 소장한 ‘1629년 윤선도 은사장’을 보면, 진어(眞魚)를 보낸 은사문이 있다. 진어는 준치를, 은사문은 왕실에서 신하에게 내리는 선물을 기록한 문서를 말한다. 진어는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이다. 자산어보에 ‘비늘은 크고, 가시가 많으며, 등이 푸르다. 맛이 달고 담백하다. 곡우 뒤에 우이도에서 잡히기 시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이도는 정약전이 동생을 기다리며 눈을 감은 곳이다.

진어는 암청색 등과 은빛 배의 색이 청어를 닮았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게 나온 것도 같다. 동해에 출몰하는 청어와 달리 준치는 서해에서 볼 수 있다. 어류는 수온에 따라 옮겨 다니니 인간의 기준으로 서식지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다만 들고 나는 때가 분명하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인 오뉴월에 산란을 위해 황해로 올라온다. 그래서 시어(鰣魚)라 했다.

유달산 길목 오동나무에 보라색 꽃이 활짝 피면 그물에 잡힌 준치가 어시장에 올라온다. 맛이 절정에 오른 때다. 잡은 즉시 빙장을 해야 할 만큼 생선 살이 연하고 부드럽다. 제철이 짧은 데다, 제거하기 어려운 잔가시를 먹을 수 있도록 칼질을 해야 하는 것도 번거롭다.

맛이 일품이니 철이 되면 준치회를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그래서 진어라고 했을까. ‘옥담시집’의 만물편에 준치를 ‘팔진미’에 비견할 만큼 맛이 좋다고 했다. 산미를 더해 조리하는 것은 살균과 뼈를 연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생선은 뱃살이 맛있다고 하지만, 준치는 뱃살이 딱딱하고 가시가 많아 잘라내는 것이 좋다. 준치가 나오는 철이면 준치회무침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선창가 식당에 줄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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