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토슈즈서 고생한 둘째발가락.. 발레 인생 버텨줘 고맙고 사랑해"

박돈규 기자 2022. 5. 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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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5년 발레리나 김주원 내달 9~12일 기념 공연 앞둬
발레리나 김주원은 "만 45살에 춤을 추고 있는 유일한 발레리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테크닉은 좋지만 표현력이 부족한 무용수들과 달리 ‘팔에도 표정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김주원은 “움직이며 이야기를 전달하려면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얹어야 한다”고 했다. /EMK엔터테인먼트

“발레는 수명이 짧은 예술이에요. 춤을 춘 지 35년, 프로로 데뷔한 지 25년. 그 숫자가 저한테 크게 다가옵니다. 관객이 좋아하는 작품들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발레리나 김주원(성신여대 무용과 교수)이 데뷔 25년 기념 무대에 오른다. 6월 9~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채우는 ‘레베랑스’. 김주원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마흔다섯 살인데 무대에 설 때마다 ‘이 작품과는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이별의 감정에 젖는다”며 “내 몸의 노화를 인정하면서 그동안 함께해준 분들, 지켜봐준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베랑스’는 발레에서 인사 동작을 뜻하는 단어다.

“발레는 공연할 때 무대에서 수십번 인사를 하잖아요. 그게 정말 감사한 순간이에요. 관객의 박수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받은 박수가 저를 좀 더 나은 예술가로 이끈 것 같아요.”

김주원은 1998년부터 국립발레단의 스타로 활약했다. 2006년에는 강수진에 이어 무용계 최고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 2012년 퇴단 후에는 뮤지컬·연극·방송으로 보폭을 넓히며 발레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김주원은 “’해적’으로 데뷔할 때 사실 스트레스 골절로 발등에 금이 간 상태였다”며 “돌아보면 난 참 예민한 사람이었는데 그 강박을 발레로 다 배출하며 살았다. 춤은 나를 살린 은인”이라고 했다.

발레리나 김주원은 "2017년 부상 이후 클래식 발레는 사실 저에게 많이 어려워졌다"며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의지가 있으면 춤을 오래 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MK엔터테인먼트

‘레베랑스’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과 더불어 제12회 대한민국발레축제(6월 7~29일 예술의전당) 초청작이다. 그동안 김주원이 걸어온 길을 이정윤, 김현웅, 이승현 등 역대 남자 파트너들과 함께 춤으로 복기한다. ‘지젤’ 2막의 아다지오, ‘해적’의 침실 장면 등을 보여줄 예정. “저는 파트너 복이 많았어요. 이번에 이정윤이 안무한 ‘빈사의 백조’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춤을 춥니다. 저 편하자고 그런 건 아니니 오해 마세요(웃음).”

김주원은 2017년 허리디스크로 한 달간 입원한 적이 있다. 춤을 그만둘 위기였다. “어느 날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보다가 ‘하늘을 감상한 적이 언제였더라’ 깨달았어요. 일만 하지 말고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예술가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이번 무대에서 마지막에 추는 춤이 ‘뒤꿈치로 걷는 발레리나’인데 토슈즈도 안 신어요. 기대해주세요.”

마흔다섯 살 발레리나에게 무대는 가장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장소였다. 이번 무대에는 아이 8명이 함께 나온다. 김주원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꿈의 무용단’을 하게 됐다”며 “아동복지 공부를 하면서 발레와의 접점을 찾고 있다”고 했다.

둘째 발가락이 길어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둘째 발가락에게 하고 싶은 말을 청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 녀석 때문에 부상도 많이 당했는데 지금은 너무 사랑해요.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춤추고 있거든요. 예쁘지 않은 발을 발레에 맞추느라 꺾고 부러뜨리고. 둘째 발가락은 그걸 다 견뎌냈어요. 둘째 발가락아, 고맙다! 사랑한다!”

/EMK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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