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부처의 안목, 중도(中道)

박상호 고향의봄 회장 2022. 5.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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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공명한 길을 추구하는 중도의 관점 가져야 생명존엄 가치 깨달아

작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전쟁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 이 전쟁을 일으키는 본질적인 탐욕을 불교에서는 천자마(天子魔)라고 규정한다. 불교에서는 천계(天界)를 설명할 때 사천왕천 도리천 야마천 도솔천 화락천 타화자재천으로 구분하는데 욕계(欲界)의 육욕천(六欲天) 정상에 있는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왕을 제육천(第六天)의 마왕 또는 천자마라고 한다.

천자마란 부처에게 교화돼 깨달음을 구하여 수행하는 자의 성불을 방해하고 생명력을 빼앗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데, 불도를 방해하고 공덕을 빼앗으며 지혜의 생명을 죽이므로 마왕으로 불린다. 또 이 마왕은 인간의 영혼에 내재된 여러 가지 번뇌나 미혹, 다시 말하면 원품(元品)의 무명(無明)을 의미하기도 한다. 원품의 무명 때문에 생기는 탐욕 우수 기갈 갈애 의심 분노 등이 천자마의 본질이기도 하다.

권력의 마성이야말로 천자마의 핵심으로 보면 된다. 역사적으로 폭군인 네로 황제,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 등을 천자마로 보면 된다. 이 천자마를 혁파하는 본질적인 평화주의 이론이 중도(中道)이다.

불법의 중도는 생명의 극리에 준해 모든 것을 조화롭게 하고 일체를 소생시키는 지혜를 낳는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견실한 점진주의이며 생명을 소중히 하는 진실한 인간주의 철학적 이론이다. 개개인의 생명은 우주에 가득 채운 보물로도 환가하기 어려운 고귀한 가치를 지닌다. 중도사상이란 양극단을 떠나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공명한 길이며 유(有)나 공(空)에 치우치지 않는 진실한 도리 또는 고락의 양편을 떠난 올바른 수행방법을 의미한다.

석존이 치우친 수행법인 금욕과 고행으로 건강이 악화돼 죽음의 문턱에 왔을 때 수자타라는 여인이 보시한 우유죽을 먹고 건강을 회복하면서 깨달은 것이 고행주의와 쾌락주의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바른길이 진정한 진리이며 중도라고 깨달은 것이다. 또한 현악기의 줄이 팽팽하면 끊어지고 이완되면 선율이 생성되지 않는 비유를 들어 치우친 견해를 경계했다.

석존은 유아(有我)와 무아(無我), 죽은 후 생명이 영속되는가 아니면 단멸되는가, 육체와 마음은 둘인가 하나인가, 일체 존재의 본성이 하나인가 여럿인가, 이런 다양한 견해를 극복하는 것이 중도이론이라 했다. 모든 존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인연에 의해 서로 의지하고 의존적으로 존재한다는 논리이다.

이는 절대적 존재보다 상대적 존재라는 의미이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기초가 된다는 설이 있다. 실제 아인슈타인이 시성 타고르와 대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도 한다. 요약하면 중도란 합쳐서 둘로 나눈 중간을 뜻하는 중간주의가 아닌 도의에 적합하다는 의미이며 정의와 도리에 맞다는 뜻이다. 전체적 생명관에 산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마음은 순간적으로 일었다 스러지고 바뀌어 달라진다. 그 끊임없이 변하는 마음을 탐구해 유(有)라고 말하려 하면 그 마음이 무슨 색이고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색 모습 형태가 없다고 해서 무(無)라고 말하려고 하면 이런저런 마음이 계속 일어난다.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고 게다가 유이기도 하고 무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형상을 취하는 일념의 마음을 중도실상이라고 하며 두 가지 극단적인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포함하는 높은 차원에 위치하는 것이다.

유와 무, 선과 악, 물질주의와 정신주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자국민과 외국인, 다수자와 소수자, 자기와 타인 등 이분법적인 아집은 한쪽에 치우쳐 다른 한쪽을 완전히 배제하는 경향을 띤다. 불법에서 바라보는 중도는 어느 한쪽을 배제하고 희생시키려는 발상이 아니며 일체를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삶이다.

불법의 이론인 색심불이(色心不二·육체와 마음은 둘이 아니다)와 의정불이(依正不二·주체와 환경은 둘이 아니다)가 중도사상과 일맥상통하며 자신의 생명에는 타인의 생명도 내재되어 있다는 생명존중사상이야말로 중도이론의 핵심이다. 중도란 또한 세계 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권력의 마성에 맞서 지혜를 쏟아붓는 험난한 가시밭길이며 정신적 용자가 나아가는 영광의 대도이다.


요약하면 중도는 변화하는 현실세계의 한복판에서 대우주를 관철하는 근본법칙에 따라 인간주의의 정도, 생명존엄의 대도를 선택해 과감하게 가치를 창조하는 지혜이며 인류에게 드리워진 잔혹한 악행의 어둠을 제척하는 황금빛 태양이다. 중도에 바탕한 바른 관점이 부처의 안목이며 이런 안목을 얻을 때 정과 혜를 고르게 갖추어 불성을 요달할 수 있다. 에메랄드 빛 지혜의 눈으로 루비 빛 진리를 바라보는 것이 대승경전 특히 묘법연화경의 핵심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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