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북한의 코로나 상황과 우리의 대응

강동완 동아대 교수 2022. 5.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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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참으로 힘겨우셨지요. 물론 지금도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되면서 이제 겨우 숨통을 틔어가는 정도지요. 그런데 이러한 시기에 북한의 코로나19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북한의 코로나 확산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입니다. 북한 당국 스스로 ‘건국 이후 대동란’, ‘국가최중대 비상사건’이라 표현할 정도니까요.

북한은 지난 12일 유열자(고열증상이 있는 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공식 인정했습니다. 그동안 단 한 명의 코로나 환자도 없다고 큰소리치던 것과는 다른 행보이지요. 첫날에만 1만8000여 명의 유열자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다음 날에는 10배가 많은 18만여 명의 유열자가 전국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지요. 17일까지 150여만 명의 유열자와 60여 명의 사망자를 통계로 제시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유열자와 확진자를 구분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평양에만 유열자가 8만 명인데 이 가운데 확진자는 42명으로 발표했지요. 4월 말부터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유열자가 발생했다면 이는 코로나 확산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겠지요. 그런데도 유열자와 확진자를 구분하면서 마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북한의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백신과 치료제는 물론 의약품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양약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병원에 가도 치료할 약이 없으니 환자가 직접 장마당(시장)에 가서 약을 사 와야 합니다. 그나마 의사에게 진료받으려면 뒷돈을 줘야 가능한 정도지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당국은 치료방법을 자세히 제시하는데 대부분 민간요법입니다. 소금물로 목을 헹구고, 집안에서 쑥을 피워 소독하면서 코로나를 치료했다고 선전합니다. 기침이 나면 똑바로 눕지 말고, 모로 눕거나 꿀을 마시면 좋다고 권장합니다. 심지어 버드나무 잎을 달여서 먹으라는 지시까지 내려올 정도입니다. 북한의 보건의료체계가 거의 붕괴된 상황에서 의약품 부족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건의료 실태를 고려할 때 현재 북한으로서는 코로나 발병에 대처할 마땅한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15일 김정은은 평양의 한 약국을 현지 지도하면서 진열장 외에 약품저장소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낙후한 현실을 질타했지요. 김정은은 또한 “의약품 취급·판매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현상을 바로잡지 못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중앙검찰소 소장의 직무태만 행위를 신랄히 질책했다”고 전해집니다. 늘 북한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본보기로 책임질 사람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중앙검찰소 소장이 희생양이 된 것이지요.

지금 위드코로나를 시행하는 우리의 상황과 비교해서 북한 역시 이러한 상황이 가볍게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우리는 자가격리를 해도 식량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먹을 게 없어 굶거나 면역력이 최하로 저하된 상태는 아니라는 거지요. 하지만 북한 상황은 다릅니다. 장마당을 통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면 마땅히 식량을 구할 데가 없지요. 그런데 군인까지 동원해 시·군 단위 이동을 전면 통제한다면 코로나보다 오히려 식량을 구하지 못한 어려움이 더 클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방역 선진국인 중국을 따라 하자고 강조합니다. 중국은 상하이를 비롯해 대도시를 봉쇄하고 이동을 완전통제하는 상황이지요. 북한도 모든 이동을 전면 통제하고, 전 인민에 대한 발열 검사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북한당국은 이번 코로나 확산을 주민에 대한 통제수단의 명분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우리가 북한의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이지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김정은의 독재와 폭정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어 주십시오. 어느 탈북민이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향해 “제발 살아만 있어 다오”라고 절규하는 그 마음을 우리가 보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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