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부산시장 모든 후보님께 전하는 편지

김동현 미스터동 대표 2022. 5.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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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350만 명의 부산시 살림꾼에 도전하는 시장 후보자께 인사드립니다. 아직,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은 아니지만, 매우 바쁘시죠. 캠프도 계속 꾸려야 하고 시민도 만나야 하니, 차라리 몸이 두 개였으면 할 겁니다. 하지만 조금 더 뛰어주셔야겠습니다.

저는 시사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미디어 회사를 창업한 청년입니다. 뉴스를 모으고 요약하는 일을 하다 보니, 17개의 국내외 일간지를 매일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대충 봐도 언론에서 집중하는 소재가 무엇이고 어떤 정치인이 주목받는지가 나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부산발 소식은 잠잠합니다. 다만,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논란과 소멸 위험 도시와 같은 뉴스 속에는 빠지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할까요. 사실상 인천에 뺏겨버린 ‘제2의 도시’라는 낡은 간판이 더욱 서글퍼집니다.

그래도 시장이 되실 분들은 희망을 얘기하는 법이죠. 그래서 내놓은 공약과 인터뷰를 봤는데요. 그대로만 할 수 있다면, 모두를 부산시장으로 뽑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기업에 자기소개서를 내놓거나 면접을 보면 탈락을 면치 못할 겁니다. 화려하고 보기 좋은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어떻게’가 빠져있거나 부실했습니다. 심지어, 내놓은 공약에는 참신함도 찾아볼 수 없었죠. 결론적으로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뉴스’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수도권 중심의 언론 탓이라고 단정 짓기도 힘들죠.

물론, 이런 내용에 억울한 면도 있을 겁니다. 애초에 수도권과 부산시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요. 예산과 인프라 등의 여러 가지 요소가 다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부산 시민의 눈은 지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반나절 생활권에 속한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됐고요. 지금은 국가의 경계선이 사라진 시대입니다. 우리의 경쟁자는 내 옆에 있는 상대가 아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죠. 그래서 우리는 뉴욕 파리 도쿄와 비교해 부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면 됐지’하는 말은 더 이상 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흔히, 고사양 전자기기를 사용하다가 저사양으로 내려오면요, ‘역체감’을 느낀다고 표현합니다. 좋은 것을 보고 경험하면요, 고사양에서 저사양으로 내려올 수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부산은 역체감을 느끼는 도시가 된 게 아닐까, 하고 우려됩니다. 후보님. 어쩌다 우리 부산이 이렇게 됐을까요. 저와 함께 자란 초중고, 대학교 동창들은 서울로 떠나갔고요, 부산에 남아있는 친구 대부분은 공무원입니다. 혹여나 친구가 많이 없는 저만의 일인 줄 알았는데요, 부산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니, 2001~2020년 매년 약 3만 명이 부산을 빠져나가더군요. 그래서일까요, 다이나믹 부산이라는 슬로건이 언제부터인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들리는 건 저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후보님들이 부산이 겪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인식하고요, 아직 선거기간이 남아있습니다. 감히 제가 조언을 드리자면, 디테일에 신경 써야 합니다. 디테일의 핵심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죠. 예를 들어, 자동차도로의 유도선과 폐지 수거 어르신의 형광조끼 제공 같은 것이 디테일에서 나온 정책입니다. ‘도로 안내판과 내비게이션이 있는데 굳이?’ 라거나 ‘평소에 폐지 수거 어르신에게 사고가 많이 나?’라는 생각으로는 나올 수 없는 아이디어죠. 작은 실천으로 큰 결과를 가져오는 건데요, 때로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때가 있죠.


부산시장 후보님. 근대 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유명한 말이 생각납니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 요즘에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어도 사소한 부분을 놓치면 명작이 될 수 없다는 건데요, 기억해주세요. 공약화 검토 추진 방향 선언 계획 약속 발의 등의 단어가 이행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을요. 아무쪼록, 디테일이 살아있는 공약으로 가득 찬 공보물이 저의 집 우편함에 꽂혀있길 고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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