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71] 100일 계획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입력 2022. 5.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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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첫 100일 동안의 계획을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반면 김영삼 대통령은 ‘신경제 100일 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설비투자 촉진과 금융 개혁에서 노사 관계 개선에 이르기까지 망라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거창했다. 미국의 오바마와 트럼프 대통령도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100일 계획의 시작은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그는 취임한 지 채 이틀이 되지 않은 1933년 3월 6일 새벽 1시 모든 은행의 영업정지를 명령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던 예금 인출 사태와 은행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일주일 뒤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하여 그간의 불편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예금자 보호 장치를 만들기 위한 진통이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는 정부가 무엇을, 왜, 언제까지 할 것인지 매일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해서 ‘노변정담(fireside chat)’이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취임 100일이 되는 날까지 계속되었다.

그 100일 동안 실로 많은 일이 펼쳐졌다. 우선 예금자 보호를 위한 연방예금보험공사법이 제정되었다. 과잉 농산물을 정부가 매수하는 농업구조조정법과 대규모 토목공사를 위한 전국산업부흥법이 제정되고, 청년 고용을 위한 자연보호봉사단도 창설되었다. 그것들을 통틀어 뉴딜 정책이라고 한다.

전임자 후버 대통령도 경제를 살리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거액을 투자하는 긴급구호건설법을 제정하고 재건금융공사(RFC)를 세웠다. 심지어 뉴딜 정책의 상징인 후버 댐의 기본 계획도 후버가 세운 것이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기억되지 않는다. 소통 실패 때문이다.

계획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거창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대통령의 첫 100일 동안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걸 아는 것 같다. 그러나 소통은 중요하다. 보수파의 상징이었던 후버의 실패가 반면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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