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가 경쟁력 떨어뜨리는 대학의 위기

입력 2022. 5. 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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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재정 적자·파산 잇따라
학령인구 줄고 정부 지원 적은 탓
교육 부실화로 인적자원 고갈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 대학의 위기가 심각하다. 전국 사립대학의 72%인 85곳이 2020년 적자를 기록했다. 전체 사립대학의 적자 규모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9년 2727억원에서 2020년 4200억원으로 1년 사이 54%나 증가했다. 지방 소재 대학의 도산은 여러 해 전부터 진행돼 왔지만 최근에는 서울에 있는 대규모 대학의 파산 소식도 들리고 있다.

한국 대학의 위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다. 신생아는 1960년 109만 명이었지만 2020년에는 27만 명에 그쳤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 숫자는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2021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응시자는 약 42만 명으로 55만 명인 대입 정원을 밑돌았다. 응시자와 대입 정원의 괴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둘째, 대학의 더딘 변화다. SNS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지식 대중화 시대를 맞아 지식의 산실로서 대학 위상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은 지식을 독점하던 상아탑 시대의 관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대중은 대학을 서서히 외면하게 돼 대학 진학 욕구가 식어가고 있다.

셋째, 기업과의 경쟁이다. 기업은 급변하는 세계에 맞춘 새로운 지식을 상품으로 내놓으며 교육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지금 대학의 가장 큰 경쟁자는 구글, 애플, 네이버, 삼성, SK 등이다. 미국의 에듀테크 스타트업은 2019년 105건, 17억달러에서 2020년 130건, 22억달러로 30% 급증했다. 세계 온라인 학습 시장도 연평균 21%씩 성장 중이다.

넷째, 코로나19가 대학 재정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다. 팬데믹으로 휴학생이 급증하고, 외국 유학생과 서머스쿨, 윈터스쿨, 최고위과정 등의 수강생은 급감해 수입이 줄었다. 하지만 비대면 학습 기자재와 격리시설 등 방역비용은 늘어 적자폭이 커졌다.

마지막으로 등록금 동결이다. 한국 사립대학 등록금은 2009년 이후 14년간 제자리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실질 등록금은 22% 낮아졌다.

한국 대학이 연구에 투자할 재정 역량이 약해지면서 국제 경쟁력은 하락했다. THE, QS, 상하이 자오퉁대,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 등의 평가에서 수년간 퇴보를 면치 못했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지만 한국 대학들은 대부분 세계 100위를 밑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먼저 대학 스스로 변해야 한다. 대학은 사회 수요에 맞는 교과과정을 적극 개발해 사회가 스스로 대학을 찾아오게 해야 한다.

재정 측면에서는 장·단기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 전략은 등록금 수입 확대다. 연구와 교육 분야에서 기업과 대학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산학협동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30대 이상 인구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학위·비학위 교육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어를 쓰는 전 세계 모든 한인 인구를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을 확대하고, 한류 바람을 이용해 우수 외국인 학생을 대거 유치해야 한다.

한국 사립대학의 연간 등록금 평균은 8582달러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미국 사립대학 평균(3만1875달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평균적으로 대학 재정의 70%를 정부가, 30%를 민간이 부담한다. 한국은 정부가 20%, 민간이 80%를 책임지는 구조다. 작금의 상태를 방치한다면 교육 부실화로 이어져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이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학 재정을 지원하거나, 대학이 등록금 등 수입 확대를 통해 재정 건전화를 이루도록 제도적으로 숨통을 터줘야 한다.

한국은 인적자원이 경쟁력인 국가다. 한국 대학의 위기는 국가 경쟁력의 위기다. 후진적인 대학을 가진 선진국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 대학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대학과 정부, 그리고 국민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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