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성급했던 교체?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잠실=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특히 선수들의 신체 능력과 기량이 크게 향상된 현대 야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두산 베어스는 5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두산은 1-7로 뒤쳐진 경기를 9-9까지 따라잡았고 결국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이날 두산은 경기 초반 선발 이영하가 붕괴하며 일찌감치 끌려갔다. 이영하는 사사구를 7개나 기록하며 1.2이닝 동안 8실점했다. 야수진의 송구 실책이 하나 나온 탓에 자책점은 3점에 그쳤지만 이영하는 SSG 외국인 선발 이반 노바와 대결에서 완패했다.
1,2회 8실점한 두산은 1회, 5회 1점씩을 만회했지만 2-8로 6점을 뒤쳐진 상태로 클리닝타임을 맞이했다.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SSG의 전력을 감안하면 두산이 경기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아보였다.
김태형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김태형 감독은 4회가 종료되자 포수 박세혁을 빼고 박유연을 투입했다. 1998년생 박유연은 2017년 두산에 입단해 이날 경기 전까지 1군에서 통산 6경기를 소화한 선수. 1군 통산 5타석만을 소화한 신예였다. 이미 경기가 기울어졌다는 판단으로 체력 소모가 많은 포수를 교체한 것. 박세혁에게는 휴식을 주고 박유연에게는 경험을 쌓게 해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다. 6회말 첫 타석에 들어선 박유연이 노바의 시속 150km 패스트볼에 왼쪽 손등을 맞은 것. 고통을 호소한 박유연은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치료를 받은 뒤 1루로 걸어나갔다. 주자 역할은 끝까지 소화했지만 손을 다친 상황에서 계속 마스크를 쓸 수는 없었다.
이미 박세혁을 교체한 두산은 엔트리에 남은 포수가 박유연 뿐이었다. 대체 자원이 없다고 해도 다친 선수를 계속 내보낼 수는 없는 법. 김태형 감독은 이닝을 교대하며 박유연을 빼고 이날 2군에서 콜업한 내야수 김민혁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김민혁이 낙점된 이유는 중학교 때까지 포수를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등학교 진학 후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은 김민혁에게 포수는 낯설었다. 김민혁은 7회초 두 차례나 공을 빠뜨리며 점수를 허용했고 추신수에게 도루도 내줬다. 추신수를 삼진처리한 김명신의 포크볼을 제대로 블로킹하지 못하고 공의 위치까지 잃어버리며 낫아웃 폭투로 득점을 허용한 장면은 특히 아쉬웠다. 전문적인 포수였다면 범하지 않았을 실수였다.
김민혁의 실수로 내준 1점은 커보였다. 간신히 3점까지 좁혀놓은 점수차가 다시 4점차가 됐기 때문. 동점을 위해서는 사실상 '빅이닝'이 필요한 점수차가 됐다. 결국 너무 일찍 경기를 포기한 듯 박세혁을 교체한 것이 두산의 패인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야구는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두산은 8회초 SSG의 마운드 난조를 틈타 4득점을 올리며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김민혁은 무사 만루를 만드는 안타를 기록하며 팀 공격의 흐름을 잇는 역할을 했고 조수행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득점도 올렸다.
김민혁은 연장 12회까지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수비에서 계속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7회 폭투 이후에는 실점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지는 않았다.
두산은 1-7 스코어를 9-9로 만들며 패배를 면했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김민혁의 미숙한 수비로 내준 1점이 없었다면 극적인 역전승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성급한 포수 교체가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6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비긴 SSG 입장에서도 아쉬운 교체로 승리까지 다다르지는 못한 두산 입장에서도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격언이 떠오르는 경기였다.(사진=위부터 김민혁, 박유연)
뉴스엔 안형준 markaj@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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