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폄훼 여전.. 5·18은 '현재 진행형'

박지은 기자 2022. 5. 1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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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역사기행 동행기

5·18민주화운동이 올해로 42주년을 맞았다. 국가 기념일 지정과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 조사 등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학살 책임자들의 진정성 있는 사죄는 없고, 5·18에 대한 역사왜곡과 폄훼는 여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지난 12~14일 전국 언론인을 초청해 '5·18 42주년 민주역사기행'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기자 30여명은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발견된 전일빌딩, 최후의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5월 항쟁지 현장 등을 찾으며 5·18의 의미를 되새겼다. 사진은 지난 13일 기자들이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합동 참배하는 모습. /광주전남기자협회 제공

5·18을 앞둔 지난 12일~14일 전국에서 온 기자 30여명이 광주에 모였다. 광주전남기자협회가 주최한 ‘5·18 민주역사기행’ 연수를 통해 기자들은 5월 항쟁 현장 등을 찾으며 5·18 의미를 되새겼다. 이번 연수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고 역사 왜곡 근절에 앞장서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광주전남·제주도·경남울산·대구경북 등 4개 지역기자협회가 지역 민주화 벨트를 잇고(각각 5·18광주민주화운동, 제주4·3사건, 2·28민주화운동, 3·15의거) 한국 현대사 왜곡 금지에 공동 대처하기로 한 업무 협약의 연장선이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지난 12~14일 전국 언론인을 초청해 '5·18 42주년 민주역사기행'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기자 30여명은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발견된 전일빌딩, 최후의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5월 항쟁지 현장 등을 찾으며 5·18의 의미를 되새겼다. 사진은 지난 13일 기자들이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합동 참배하는 모습. /광주전남기자협회 제공

지난 12일 기자들은 전두환 회고록 관련 민·형사 소송 법률 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와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의 강연을 듣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김정호 변호사는 강연에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에게 승계된 5·18 왜곡 사례에 대한 민사 소송 진행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5·18민주화운동 왜곡처벌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상호 경남신문 기자는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전국적으로 제대로 알려져야 할 사안이라고 봤다. 가치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팩트 자체는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광주에 직접 와보니 5·18이 의외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사건이더라. 아직까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게 많고, 밝혀져야 될 사건”이라고 말했다.

일정 둘째 날인 지난 13일 본격적인 역사 탐방에 나섰다. 이날 오전 기자들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합동 참배를 했다. 이어 송건호·리영희 선생, 김태홍 80년 당시 기자협회장의 묘지를 참배한 뒤 망월동 5·18 구묘역을 찾았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지난 12~14일 전국 언론인을 초청해 '5·18 42주년 민주역사기행'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기자 30여명은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발견된 전일빌딩, 최후의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5월 항쟁지 현장 등을 찾으며 5·18의 의미를 되새겼다. 사진은 지난 13일 기자들이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합동 참배하는 모습. /광주전남기자협회 제공

5·18 구묘역에서 기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건 전남 담양 한빛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한빛고 학생들은 민주 열사들의 묘지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눈여겨본 신유경 JIBS 기자는 한 학생에게 다가가 즉석에서 취재를 진행하기도 했다. 신 기자는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제주에선 4·3사건 주간에 교육을 진행하는데 광주에선 어떻게 교육을 하고 있는지, 아이들이 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갈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4·3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을 때 고문 장소로 밝혀진 한 초등학교를 취재했는데 학교 측에선 아이들이 놀란다며 학교명을 절대 못 밝히게 한 일이 있었다”며 “4·3 국가 기념일 지정, 희생자들 배상도 시작됐는데 앞으로 후세가 어떻게 기억할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제주에선 터부시한 그 시절을 꺼내놓기 어려워하는 게 있는데 여긴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기자들은 5월 항쟁 사적지 답사에 나섰다.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발견된 ‘전일빌딩245’를 방문하고, 최후의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주검을 임시로 안치했던 상무관 등을 둘러봤다. 현재 시민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전일빌딩 10층엔 민주항쟁 당시 무장헬기에서 사격한 총탄 흔적이 남아있다. 2016년과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헬기가 고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아래, 위로 움직이면서 총탄을 쏜 걸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지난 12~14일 전국 언론인을 초청해 '5·18 42주년 민주역사기행'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기자 30여명은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발견된 전일빌딩, 최후의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5월 항쟁지 현장 등을 찾으며 5·18의 의미를 되새겼다. 사진은 지난 13일 기자들이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합동 참배하는 모습. /광주전남기자협회 제공

민병욱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전일빌딩 안내자 분께서 5·18 당시 광주에 방화가 딱 2건 있었다고 했는데, 모두 방송사가 불탔다고 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기자인 게 부끄럽지 않나’ 스스로 되묻게 됐다”며 “제가 사는 창원에도 1979년 부마민주항쟁이 있었다. 연속선에서 5·18 좀 더 바라봐야 한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맹대환 광주전남기자협회장은 “광주 지역 기자들은 5월이 되면 어떤 울렁증 같은 걸 느낀다. 5·18 취재에 대한 압박도 있겠지만 민주화 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열사들에 대한 어떤 부채 의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발포 명령권자가 누구인지, 200여 명에 달하는 행방불명자들이 있는 곳은 어디인지 등의 진실규명이 온전하지 않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기자 동료들이 5·18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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