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가상통화, 게임 밖 세상에 '베팅'

이윤정 기자 2022. 5. 1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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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P2E 생태계 확장 나선 게임업계
가상통화 발행, 국내외 거래소 상장
게임계 기축통화 만드는 게 목표
변동성 높아 등락폭 크고 불안정
국내 ‘P2E 불법’ 등 아직은 한계

게임 속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코인’을 모은다. 캐릭터나 아이템을 대체불가토큰(NFT)으로 판매해 코인을 얻을 수도 있다. 게임 지갑을 통해 코인을 가상통화로 바꾼다. 다른 게임에서 이 가상통화를 사용할 수 있고 거래소에서 돈으로 바꿔 실생활에 쓸 수도 있다. 게임업계가 P2E(돈 버는 게임)의 미래다. ‘게임을 하기 위해 돈을 쓴다’는 기존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한국 게임사들이 P2E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P2E 개발과 함께 게임에서 통용될 가상통화를 발행하고 국내외 가상통화거래소에 상장도 시켰다.

■ 시장 선점해 ‘게임 기축통화’ 목표

위메이드는 국내 게임업체 중 가장 먼저 가상통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설립해 2020년 가상통화 위믹스를 발행했다. 현재 위믹스는 빗썸 등 국내 4대 거래소는 물론 해외 거래소에도 상장돼 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블록체인 게임 ‘미르4’를 출시했다. 게임 내에서 흑철이라는 광물을 채굴해 게임 속 코인 드레이코와 바꾼 뒤 위믹스 플랫폼을 통해 위믹스로 환전한다. 위메이드는 가상통화 지갑(월렛),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NFT 등 블록체인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다음달 15일 위믹스 3.0 글로벌 쇼케이스를 통해 신규 서비스와 스테이블 코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위믹스’를 블록체인 게임계 기축통화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2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매년 출시되는 5만개 게임의 블록체인 플랫폼이 되는 것이 위믹스의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총 9개의 게임이 위믹스 가상통화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쓰고 있다. 위메이드는 올해 안에 100개 게임을 위믹스 플랫폼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국내 게임계 맏형인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중에서는 넷마블이 가장 먼저 가상통화를 내놓았다. 넷마블은 지난 6일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마브렉스를 통해 가상통화 MBX를 빗썸에 상장했다. 넷마블은 올 2분기부터 MBX 코인과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의 기축통화 큐브를 주축으로 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본격 가동한다. 오는 25일에는 P2E 요소를 접목한 신작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를 선보인다. 넷마블 또한 MBX를 게임계에서 통용되는 가상통화로 만드는 것을 넘어 웹툰, 가상인간, NFT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이다.

■ ‘돈 버는 게임’ 넘어 ‘돈 버는 서비스’로

네오위즈는 자체 가상통화 ‘네오핀 토큰(NPT)’을 국내외 거래소에 상장했다. P2E 첫 게임인 ‘크립토 골프 임팩트’를 상반기에 출시하고, NFT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배달, 의료 등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상으로 ‘토큰’을 주는 서비스투언(S2E, 돈 버는 서비스)까지 NPT 활용을 넓힌다는 구상도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5월 가상통화 ‘보라’를 발행하는 웨이투빗을 합병했다.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메타보라에서 P2E 요소를 접목한 캐주얼 골프 게임 ‘버디샷’을 개발 중이다. 게임은 물론 카카오 계열사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에 보라가 연계되는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그룹도 자체 가상통화 ‘C2X’를 내놓았다. 넷마블 출신 직원들이 만든 블록체인 게임사 ‘플레이댑’도 가상통화 플레이댑(PLA)을 발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공공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바탕으로 개발된 게임을 서비스하고, 게임 간 자유로운 아이템 거래를 지원한다.

■변동성에 휘청…국내‘P2E 불법’ 한계도

가상통화 사업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게임사 가상통화 가치는 고점 대비 절반 이상 떨어졌다. MBX는 빗썸 상장 당일 6만8000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1만1500원대로 하락했다. 최근 폭락한 루나·UST의 개발사 테라폼랩스의 테라를 메인넷으로 활용했던 C2X는 지난 3월 글로벌 가상통화거래소 FTX 상장 이후 4.8달러를 찍었으나 최근 최저가인 0.86달러로 내려앉았다. 위믹스는 현재 26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네오핀(NPT)도 지난 3월 빗썸 상장 직후 3만6200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10분의 1 토막이 났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관련 시장이 초기 단계인 데다 뚜렷한 성공 전략이 보이지 않는 만큼 대형 게임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가상통화 시장이 불안정한 점도 위험요소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아직 P2E가 불법인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현재 게임사들은 P2E가 가능한 글로벌 버전과 P2E 요소를 뺀 한국 버전으로 나눠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게임시장 순위 4위일 정도로 큰 시장이기에 게임업계는 국내 게임법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결국 가상통화와 P2E 게임이 미래 게임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변함없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가 가상통화를 발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사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면서 “결국 P2E는 게임의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고, 각 게임사가 발행하는 가상통화 가치는 마치 기업의 주식처럼 게임의 가치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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