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과학방역·정치방역 구별짓는 건 부적절"
[경향신문]
1995년 국립보건원 때부터
질병·방역 관리 현장 누비며
본부장 포함 4년10개월 지휘
갈수록 하얗게 센 머리 화제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이끌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57)이 17일 퇴임했다. 질병청 초대 청장으로서 1년8개월 만에, 방역 대응 조직의 수장으로서는 4년10개월 만이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보람되고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청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60)를 새 질병청장에 임명함에 따라 자리를 떠나게 됐다. 정 청장은 임기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2년도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정부 측 제안을 설명하고 관련 질의에 답하는 것으로 공식 업무를 마쳤다.
정 청장은 1995년 질병관리본부(당시 국립보건원)에 들어와 줄곧 질병·방역 관리 현장에서 일해왔다. 2017년 7월부터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인 질병관리본부장을, 2020년 9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면서 초대 청장을 맡았다.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발병 이후 정 청장은 전문성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 방역 대응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쌓았다. 정 청장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당시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을 맡았는데 이후 감사원 감사에서 메르스 대응 실패의 책임을 물어 정직 처분을 받았으나, 이후 감봉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대응은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는 브리핑, 하얗게 센 머리, 닳고 낡은 구두는 정 청장의 수고를 드러내는 상징이 됐다. 정 청장은 업무추진비를 봐도 점심을 주로 분식·도시락으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무에 바쁘기도 했지만 방역에 특별히 신경을 썼던 것이라고 한다.
정 청장은 ‘K방역’의 얼굴이기도 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K방역’을 ‘정치방역’이라고 규정하고 ‘과학방역’을 내세웠다. 정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지난 2년간 질병청은) 과학방역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백신이나 치료제 등은 임상시험을 거쳐 근거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거리 두기나 사회적 정책들은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정책이기 때문에 그걸(정치방역과 과학방역) 구별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마지막 소회로 “코로나19 위기를 맞아서 어려움은 불확실성이었다. 불확실성이 많아서 정책 결정에 어려움과 한계가 많았던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도 부족함과 아쉬움이 있지만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굉장히 큰 보람이고 영광이었다”고 했다. 그는 ‘국민영웅’ 등의 평가를 받은 데 대해 “너무 과분하다”며, 향후 계획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다며 “당분간 쉬면서 고민하겠다”고 했다. 질병청 안팎에서는 정 청장이 서울대 등 학계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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