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3조 초과세수는 기재부의 재정 쿠데타"..추경호 "무겁게 받아들인다"
[경향신문]
국민의힘 “규모보다 속도”
10조 증액 난색 ‘원안 고수’
야, 1조대 국방 예산 삭감에
“안보 구멍” “국방부 호구”
여야가 17일 본격적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이날 18개 상임위원회를 모두 가동해 예비 심사 절차를 밟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손실보상금 재원을 마련한다는 취지에는 여야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세부사항에선 입장차가 뚜렷하다. 국민의힘은 “규모보다 속도”라면서 정부가 넘긴 36조4000억원을 고수하겠단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특히 기획재정부가 계산한 53조원 초과세수를 두고 “재정 쿠데타”라며 송곳 검증을 시작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취약계층 지원금인데 이 부분은 빨리 해결해야 된다”며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집행돼야 도움이 되기 때문에 민주당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10조원은 너무 과하다”고도 했다. 정부안 36조4000억원보다 많은 47조2000억원으로 규모를 10조원 넘게 늘려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 이전에 추경안 심사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추진하는 손실보상금인 만큼 신속하게 처리하고, 지방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는 손실보상금 소급적용 문제도 “민주당이 손실보상법 제정할 때 소급적용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화살은 기재부를 향했다. 민주당은 당정이 추경안 재원으로 발표한 53조3000억원의 초과세수를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우원식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 정부에 진상품 바치듯이 세금을 속였는데 이건 완전 재정 쿠데타”라며 “(막대한 초과세수를) 몰랐다는 건 무능이 아니라 감춘 것”이라고 했다. 양경숙 의원은 “기재부는 세수추계를 수시로 의도적으로 장난치는 범죄집단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러한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올해 3월까지 법인세가 당초 전망보다 20조원 정도가 더 들어왔다”며 “세수 추계가 정확하지 않은 부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기재부 때리기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기재부는 국가 부채를 우려하며 재정 지출에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막대한 초과세수가 나오자 민주당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민주당은 추경안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국방 예산을 1조5000억원 삭감한 것도 문제삼았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출 구조조정 7조원 중 무려 23%를 국방 예산에서 빼갔고 안보에 더 큰 구멍을 만들고 있다”면서 “군 급식비 인상을 위해 국방전력 강화라는 더 중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이번 추경의 아이러니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기동민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인 관계자들은 ‘건물 내줬고 관사 비워줬더니 이제 예산까지 깎나’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한다”고 말했다. 김민기 의원은 “국방부가 호구 잡힌 것”이라고 했다.
박순봉·박광연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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