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오방색과 전통문양의 조화..단청장 전승교육사 이욱
[KBS 창원] [앵커]
전통 오방색이 조화로운 단청은 사찰뿐 아니라 건축물, 벽화에 폭넓게 활용됐는데요.
전통을 잇고 현대를 접목하며 단청의 멋을 알려온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가 주목한 우리 산사엔 ‘한국의 미’를 상징하는 단청이 있습니다.
서로 튀지 않고 어우러지는 조화에 이끌려 장인은 단청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산청에 뿌리를 두고 전국의 사찰과 건축물에 단청을 그려온 장인의 작업실입니다.
경북 의성 한 사찰의 200년 기와에 그린 ‘귀면화’는 부와 명예를 상징합니다.
[이욱/단청장 전승교육사 : "추녀 부리라든가 아니면 절 문짝, 어관문 쪽 아래 궁창에 많이 그리죠."]
단청은 붉은색과 푸른색, 황색과 백색, 흑색의 오방색을 기본색으로 다양한 색을 표현합니다.
["오방색으로 보자면 이제 동청, 서백, 남적, 북흑, 가운데가 황이면서 의미하는 게 인황. 내가 있어야 사방이 있고 곧 내가 중심이 되고…."]
단청 문양만 서른 가지가 넘는데요,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찰 단청작업 현장에서 일하다 단청과 연을 맺은 게 1988년.
2008년 단청장 전승교육사로 선정된 뒤 국립무형유산원을 중심으로 단청을 알려왔는데요.
국보에 희미하게 남은 문양을 복원하고 단청 안료 연구도 열심입니다.
["우리 인공 석채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창덕궁) 인정전 국보 제225호인데 대량에 있는 머리초 문양대로 여기 있는 채색들 그대로 채색을 해서 복원 완성한 겁니다."]
사라져가는 단청을 복원하는 데서 나아가 새롭게 응용한 창작물도 눈길을 끕니다.
창덕궁 인정전의 사신도에 방위 색을 더해 재조명하고 기린·거북·용과 함께 동서남북을 주재하는 4령 ‘봉황’엔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았습니다.
["코로나로 한 2년 간 사람들이 제대로 활동을 못 해서 빨리 예전 같은 평화로운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백팔봉황도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건축 현장의 단청 작업은 표현에 한계가 따르는데요, 공간 제약 없이 창작에 몰두하면서 현대와 접목한 작품들이 나왔습니다.
["8현이 퍼져나가는 것은 내 기운이 뻗어 나간다, 양옆으로 뻗어나가는데 이 박쥐문이 다섯 마리가 있지 않습니까? 오복을 상징하고…."]
이 문하생은 밝고 화려한 문양이 좋아 10년째 단청을 배우고 있습니다.
[임상우/10년차 문하생 : "처음 보는 문양도 있고 재미도 있었고요, 더 많은 걸 배우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고 선생님처럼 따라가고 싶은 마음 그런 게 있었습니다."]
꾸준한 개인전으로 단청과 사람들을 이어온 장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입니다.
["호리병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병머리초라고 그러는데..."]
건축물의 단청을 작품으로 만나는 관람객들은 오색찬란한 색과 문양에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하동의 한 사찰, 10년 전 작업한 단청이 장인을 반깁니다.
[원담 스님/묵계사 주지 : "단청이 세월이 꽤 됐는데도 그대로 지금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지금 유지를 하고 있으니까 아주 잘 된 것 같아요. 영원히 갈 것 같아요."]
산골 오지를 찾아다니며 단청과 함께한 35년, 장인은 오래된 단청을 지키고 새로운 단청을 만들어갑니다.
["전통이라는 것은 생활 속에 묻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앞으로도 길게 미래로 멀리 이어져 나가지 않을까..."]
백 년이 지나도 천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색과 무늬로 단청 외길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KBS 지역국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