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IPEF 참여에 중국 견제구..외교 시험대 오른 정부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022. 5. 1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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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왕이, 박진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디커플링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
미, 정상회담서 의제로 띄울 듯

“디커플링(탈동조화)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한다. 글로벌 산업 체인 공급망의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신냉전의 위험을 방지하고 진영대결에 반대하는 것은 한·중 양국의 근본 이익과 관련이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6일 밤 박진 외교부 장관 취임 후 첫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참여하는 것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왕 부장의 이날 언급은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가 논의되는 것에 대한 ‘견제구’로 볼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4일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순방 기간 IPEF 출범을 선언하고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 정상회의를 여는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에서 가장 큰 목적이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구체화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강력한 경제적 교역 관계가 있었다”며 “우리는 경제적 관여와 교역의 새 모델을 필요로 한다”고 IPEF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의제로 북한 핵·미사일 대응, 경제안보, 국제 현안에 대한 양국의 기여 등을 꼽은 바 있다. 한국에 가장 시급한 사안은 북한 위협에 대한 한·미 공동의 대응방안 마련이지만, 미국이 최우선으로 다루고자 하는 의제는 경제안보다. 특히 한국의 IPEF 참여는 미국에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동맹·우호국을 결집해 안보·무역·기술·환경·인권 등 모든 분야에서 공동의 규칙이 작동하는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의 세계질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을 배제시키고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다.

한국 IPEF 참여 쟁점화

IPEF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대중국 경제 포위망’이다.

IPEF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제시한 통상·무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중국이 주도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응해 첨단산업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디지털 경제·탈탄소·청정에너지·노동자 권리 등에 대한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협의체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임기 말 추진했다가 흐지부지된 미국 주도의 경제블록화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리모델링’한 것이 IPEF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미국은 최근 IPEF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이 지난주 미얀마를 제외한 아세안 9개국 정상을 워싱턴으로 불러 미·아세안 정상회의를 가진 것도 IPEF 때문이었다. 이 회의에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부통령·하원의장·국무장관 등 미국 권력서열 최상위급 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것만 봐도 미국의 강한 의지를 알 수 있다.

첨단산업 역량을 가진 한국이 미국 주도 공급망에 참여하게 되면 미국은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 주도의 경제번영네트워크에 참여하면 미국과의 기술력 차이를 좁히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중국이 이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IPEF 참여에 긍정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IPEF는 ‘한·미 동맹 강화’와 ‘상호존중·실질협력의 한·중관계’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의 첫 외교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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