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당적 협력' 연설 하루 만에 한동훈 임명 강행한 윤 대통령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했다.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정운영의 중심은 의회”라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지 하루 만에 167석 더불어민주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한 두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민주당이 누차 ‘협치의 전제’로 삼은 한 장관 인사를 윤 대통령이 밀어붙이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제 검찰 인사·조직을 지휘하고 상설특검을 발동할 수 있는 고유 업무 외에 과거 민정수석이 해온 공직자 인사검증을 맡게 된다. 그의 직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대통령실 인사·감찰(공직기강)·법률·부속실 책임자에도 검찰 출신이 포진해 있다. 한 장관은 인사청문 중에 검찰의 정보 조직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공직사회엔 벌써 법무부가 인사·정보·수사를 아우른 ‘부처 위의 부처’가 될 거라는 우려와 경계심이 팽배하다고 한다. 윤 대통령 최측근이자 검찰 인맥의 정점인 한 장관 취임으로 ‘검찰국가’ 시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당이 한 장관을 ‘협치의 벽’으로 반대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 장관은 검찰 수사권을 축소·분리하자는 민주당을 향해 “야반도주를 벌이느냐”며 공격했고, 외려 검찰권을 강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를 이행하겠다고 맞섰다. 전날 검사 사직의 변에는 “(문재인 정부의) 광기”와 “린치당했다”는 극단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국정 동반자가 되어야 할 야당을 범죄집단으로 넘겨짚고 적개심을 표출한 것은 부적절한 언행이었다.
민주국가에서도 협치는 난도가 높은 정치행위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김치찌개 소주 한잔’ 이벤트나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신뢰와 동력이 생길 수 없다. 이솝우화에서 여우와 두루미가 자기 먹기 편한 접시와 호리병에만 음식을 내놓아 다투고 등진 것과 같은 이치다. 현실 속의 협치는 역지사지하고, 손바닥을 마주 치고, 주고받는 것이어야 한다. 전날 국회에서도 “협력해서 위기를 넘어보자”는 윤 대통령에게 민주당은 “인사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요구했다. 그 불통 끝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이 끝나자마자 한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협치는 벼랑 위에 서게 됐다.
인사 정국의 불똥은 이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로 옮겨진다. 민주당에선 중도·온건파까지 한 후보자 비토 목소리가 커지고,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내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국회는 한 후보자 거취를 표결로 매듭지어야 할 막다른 상황에 맞닥뜨렸다. 가장 큰 책임은 대화를 접고 충돌의 불쏘시개가 될 한 장관을 먼저 선택한 윤 대통령에게 있다. 여야는 정치의 파국을 막고 민생을 챙기는 데 마지막 힘을 경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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