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 쌍둥이도 자란 환경 다르면 지능·가치관 차이 크다

조승한 기자 2022. 5. 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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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자란 쌍둥이 분석 결과
한국에서 태어나 2살 때 헤어져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자란 쌍둥이의 발달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생이별을 겪은 채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자란 일란성 쌍둥이를 분석한 결과 지능과 가치관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일란성 쌍둥이는 보통 지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통념과 달리 환경에 따라 지능 차이가 나타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7일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럿 등에 따르면 어렸을 때 떨어져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자란 일란성 쌍둥이를 분석한 결과 지능과 가치관에서 차이가 나는 등 환경이 발달에 미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성격과 개인차’에 실린 연구결과로 낸시 시걸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부 교수와 허윤미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가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속 쌍둥이 A씨와 B씨는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동생인 B씨는 두 살 때인 1976년 할머니와 함께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길을 잃고 실종됐다. 나중에 집에서 60km 떨어진 수원의 한 병원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가족을 찾지 못한 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한국에 남은 가족은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KBS ‘아침마당’에까지 출연해 찾았으나 소득이 없었다.

이들의 재회는 B씨가 2016년 입양인 지원단체를 통해 한국을 방문해 유전자를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한국 가족이 경찰 권유로 유전자를 등록하며 만남이 급진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이들이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후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 덕에 재외공관에서도 유전자 채취가 가능해지면서 2020년 가족임이 최종 확인됐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비대면으로 처음 상봉한 후 지난해 처음으로 실제 만남을 가졌다.

쌍둥이의 절절한 사연은 과학자들에게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환경에 놓였을 때를 비교할 수 있는 연구 기회가 됐다. 연구팀은 두 사람이 상봉하기 전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두 사람의 지능과 성격, 정신 건강, 병력 등을 조사해 비교했다. 허 교수는 “쌍둥이들은 윤리적 이유로 입양 과정에서 떨어트리지 않기 때문에 체계적 연구가 어렵다”며 “또 쌍둥이들이 만나면 서로 접촉을 하며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이번 사례는 만나기 전 서로 메신저 등으로 연락만 한 쌍둥이를 비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쌍둥이들은 자라면서 완전히 다른 문화일 뿐 아니라 전혀 다른 가족 환경에서 자랐다. A씨는 화목한 가족 분위기에서 자란 반면 B씨는 가족 갈등 수준이 높았고, 엄격하고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성인이 된 후 뇌진탕을 세 차례 겪는 등 다른 어려움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차이는 쌍둥이들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쌍둥이는 지능지수(IQ)에서 16점 차이가 나는 등 인지 점수에서 큰 차이가 났다. 일란성 쌍둥이의 IQ 차이가 보통 7 이상 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로 해석된다.

자라난 문화에 따른 가치관 차이도 났다. 성향 분석 결과 A씨는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강한 반면 B씨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강했다. 한국이 집단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미국이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것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떨어져 자란 쌍둥이의 가치관 분석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도 성격이 비슷하고 정신 건강 상태와 자존감 등에서 비슷한 점수가 나타나는 등 일란성 쌍둥이의 특성도 나타났다. 두 사람은 성실성 척도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경증 척도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직업은 각각 공무원과 요리사로 달랐지만 직업 만족도는 비슷했다. 자존감 측정에서도 동일한 점수를 받았다.

이번 연구는 한 쌍의 쌍둥이만 관찰한 사례 연구인 만큼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환경의 차이가 쌍둥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걸 교수는 “유전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발달에 더 큰 영향을 미치지만 환경 영향도 중요하다”며 “이 쌍둥이들은 문화적 차이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DNA 검사를 받기 쉬워지면서 헤어졌던 쌍둥이들의 만남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쌍둥이를 통해 유전적 특성이 환경에 따라 변하는 '후성유전학' 관련 연구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다. 허 교수는 “일란성 쌍둥이도 아무리 같은 가정에서 성장해도 똑같지 않은 만큼 어떤 환경이 쌍둥이들을 다르게 만드는지 관찰하면 도움이 된다”며 “예를 들어 조현병과 같은 질병을 막는 환경 상황 같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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