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적자국채없는 추경.. 이미 물 건너갔다

은진 2022. 5. 1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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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세수 53조로 낙관적 전망
예정처 "40조 후반대에 그칠것"
KIEP "경기둔화땐 덜 걷힐수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을 위해 올해 세수를 무리하게 낙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세입예산 대비 53조원 넘게 걷힐 것이라는 게 정부 추계이지만, 하반기 경기둔화로 훨씬 덜 걷힐 수 있다는 것이다.

초과세수분이 예상보다 부족할 경우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치솟는 금리와 물가를 더 자극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물가 관리'를 위해서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항목을 추려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7일 국회는 59조4000억원 규모의 2022년 2차 추경안에 대한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에 돌입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추경인 이번 추경안은 초과세수 53조3000억원과 지출 구조조정 7조원, 세계잉여금·기금 여유자금 등 가용재원 8조1000억원 등을 활용해 재원을 조달하는 구조다. 기획재정부가 올 3월까지 국세수입 추세를 기반으로 연간 세수추계를 다시 한 결과, 올해 세수가 본예산 대비 53조3000억원 더 걷힌 396조6000억원이 될 것이란 전망에 기반을 둔 것이다. 지방으로 이전되는 교부세·교부금 정산분 23조원과 국채상환 9조원 등을 제외하면 36조4000억원의 추경 재원 중 초과세수로 충당하는 금액은 21조3000억원이다.

문제는 대외경기 둔화로 정부 예측만큼 세수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전년(6.0%) 대비 2.5%포인트 낮아진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경제가 둔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당초보다 1.1%포인트 하향한 3.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존 전망치인 4.5%보다 1%포인트 가량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여건으로 세입 증가세가 제한될 경우 모자란 만큼을 적자국채를 발행해 채워야 한다. 국채상환은 커녕 나랏빚이 더 늘어날 수 있고, 국채발행 확대로 국고채 금리를 자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초과세수 중 9조원을 국채상환에 쓰기로 했지만, 여전히 국가채무는 1067조3000억원으로 1000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올해 초과세수가 정부 예측치보다 낮은 40조원 후반대에 그칠 것이라는 국가기관의 전망도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추경안 분석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및 주요 도시 봉쇄, 국제금리 상승 등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경기 하방 위험과 불확실성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세입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올해 초과세수 규모를 47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정부 전망치보다 5조5000억원 낮은 액수다.

세목별로 보면 예정처는 법인세가 정부 전망치보다 2조7000억원 낮은 101조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기업은 납세 부담 완화를 위해 내년에 납부할 법인세액의 50%를 8월에 미리 납부할 수 있는데, 예정처는 이 중간예납액 전망치를 정부보다 낮게 잡았다. 예정처는 "하반기 경기하방 위험을 고려해 중간예납액이 정부보다 소폭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했다. 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등 소득세는 정부 전망치보다 3조2000억원, 부가가치세 역시 6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가 대규모 세수추계 오류를 내면서 이미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초과세수는 지난해 높은 경상성장률과 올해 높은 경상성장률 예측치를 볼 때 충분히 본예산에 반영할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며 "올해 초과세수는 예측실패이며, 매년 초과세수가 반복된다는 측면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초과세수를 활용했다고 해도 결국 유동성 공급이 돼 물가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 대규모 추경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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