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하자

2022. 5. 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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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 우리나라를 찾는다. 이례적으로 일본보다 앞선 방한에 비상한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바로 만나 공감의 폭을 넓혀 든든한 관계를 맺고 싶어서일 것이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국가이고 우리의 최대 맹방이니만큼 외교·안보 등 의제가 많을 것이다. 엄중한 경제 현실을 생각하면 지난해 12월 31일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하는 문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소위 역(逆)통화전쟁이라고 일컫는 현재의 환율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역통화전쟁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국 화폐를 평가절하했던 과거와 달리, 수입물가 안정을 위해 자국 통화의 강세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스위스는 스위스 프랑의 강세를 힘들어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이롭다고 보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물가를 안정시켜야만 수출이건 성장이건 의미가 있다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로 인해 퍼펙트 스톰(복합 경제위기)까지 논의되는 현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외환보유고가 4493억 달러에 달하고 2014년 이래 대외적으로 순채권국가가 된 지금, 1997년 IMF 위기처럼 달러 부족으로 대외 유동성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외환시장 불안으로 인한 고물가 위기의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은 환율 불안이 주도하고 있다. 주요국이 벌이는 역통화전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미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달러화가 강세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수입 물가와 소비자물가의 동반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9월 2.4%에서 금년 4월 4.8%로 두 배가 되는 동안, 수입 물가도 26.6%에서 35%로 8.4%p 올랐다. 수입 물가가 10% 초반에서 안정되었다면 소비자물가는 한은 목표인 2% 상승에 머물렀을 것이다.

수입 물가 오름세를 유발한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이다. 2021년 6월 평균환율은 1121원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올라 2022년 4월 평균 1232원으로 10% 절하됐다. 환율이 안정되었더라면,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를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환율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다. 금년 3월에는 33억9000만 달러, 4월에는 37억8000만 달러 규모로 우리나라를 벗어나는 자금 규모가 늘고 있다. 환율이 2월 말 1202원에서 4월 말 1269원까지 치솟은 이유이다.

5월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 규모까지 누적되는 등 불안요인이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이탈을 막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대규모로 외환을 공급하거나 혹은 외환이 충분히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2008년 MB정부가 외환보유액의 24%인 600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놓은 것이 좋은 예이다. 외환보유고 대비 비율을 감안하면 현재의 외환보유고에서는 1000억 달러 수준이 필요하다.

문제는 외환보유고에서 이 금액을 지출한다 하더라도 외환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굳건한 기대가 생기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달러만 쓰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1992년 영란은행이 조지 소로스를 필두로 한 환투기 세력에게 굴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외환보유고가 넉넉하다 해서 방심할 수 없고한미통화스와프를 병행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08년도와 2020년 두 차례 체결돼 외환시장을 안정시킴으로써 경제위기를 수습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번에도 그 효과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 통화스와프를 상시화하는 것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상설 통화스와프로 자주성이 줄어드는 것을 거론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인 현실을 인정하고, 최대한 실리를 챙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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