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섯의 발레..김주원 "춤 때문에 죽고 싶고, 춤 때문에 행복"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발레가 젊음의 예술이란 얘기를 젊을 땐 이해 못 했는데 이제는 알겠어요. 나이가 들면 기능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하지만 감정으로는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체력은 달려도 남은 무대 인생, 감동을 전하는 춤을 추고 싶어요."
"이젠 무대를 내려가야 하는 시기를 생각하며 춤을 추게 돼요. 어느 순간부터 무대에 작품을 올릴 때마다 이별 공연이 되더라고요. 몇년 전에 올린 <지젤> 도, <돈키호테> 도 그렇게 마지막이 됐어요." 그는 "발레리나로서 나이나 몸의 노화를 말하는 게 편치 않다"면서도 "한편으론 그걸 인정하면서 더 열심히 운동하고 몸을 단련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돈키호테> 지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이 들면 기능 한계 있지만 더 많은 감정 담아"
“발레가 젊음의 예술이란 얘기를 젊을 땐 이해 못 했는데 이제는 알겠어요. 나이가 들면 기능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하지만 감정으로는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체력은 달려도 남은 무대 인생, 감동을 전하는 춤을 추고 싶어요.”
발레리나 김주원은 올해 마흔여섯이다. 마흔살 넘어서도 무대 위에 서는 발레리나는 찾기 힘들다. 30대 후반 때는 나이를 감추고 싶어 했던 그가 이제는 “46살이란 나이를 꼭 넣어달라”고 부탁한다.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주원은 나이 앞에 당당한 모습이었다.
1998년 국립발레단 <해적>으로 데뷔한 김주원이 데뷔 25돌을 기념하는 공연 <레베랑스>를 선보인다. 6월9~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서다. ‘레베랑스’는 발레의 인사 동작을 뜻하는 용어다. 발레가 끝나면 무용수는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이번 공연은 자신을 응원하며 버팀목이 되어준 관객들에게 김주원이 보내는 레베랑스인 셈이다.
발레리나로서 그의 경력은 화려하고 독보적이다. 15년간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정상을 지켰다. 2006년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으론 현재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인 강수진에 이은 두번째 수상이었다. 2012년 국립발레단을 나온 뒤로는 현역 무용수로 뛰면서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해왔다.
“이젠 무대를 내려가야 하는 시기를 생각하며 춤을 추게 돼요. 어느 순간부터 무대에 작품을 올릴 때마다 이별 공연이 되더라고요. 몇년 전에 올린 <지젤>도, <돈키호테>도 그렇게 마지막이 됐어요.” 그는 “발레리나로서 나이나 몸의 노화를 말하는 게 편치 않다”면서도 “한편으론 그걸 인정하면서 더 열심히 운동하고 몸을 단련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요즘엔 새벽 5시에 일어나 3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그래야 토슈즈(여성 무용수가 신는 신발)를 신을 수 있단다. 1주일에 서너번은 심폐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이번 무대에선 그는 그동안 펼쳐온 ‘김주원표 발레’의 정수를 집대성해 녹여낸다. <해적>에선 침실 장면을 뽑아냈고, <지젤>에선 그 유명한 2막 아다지오를 다시 선보인다. 이 밖에 <빈사의 백조> <탱고 발레> <사군자―생의 계절> 등 그가 직접 프로듀싱해 제작한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관객들에게 보고 싶은 작품들을 신청받아 구성했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이자 연출가, 극작가인 추정화가 작·연출로 참여한다. 음악은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로도 활동 중인 재즈 뮤지션 손성제가 맡는다.
“오래 춤을 추려면 기능적인 발레 동작도 중요하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의지가 있어야 해요. 저는 아직도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할 이야기가 많아요.” 여전히 무대를 갈구하는 그는 스스로를 ‘욕심쟁이’라고 했다. 그의 은퇴는 언제쯤일까. “은퇴하고 싶지 않지요. 하지만 그 시기는 제가 가장 잘 알 거예요. 이야기를 전달하는 움직임이 잘 안되면 무대에 못 서는 거지요. 무대 위가 행복해요. 오래 관객과 호흡하고 싶습니다.”
내내 밝고 씩씩하던 그는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춤을 추는 게 너무 좋아요. 춤 때문에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춤 때문에 죽고 싶을 때도 있어요. 애증의 관계인 거죠.”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윤재순 사과한다지만…여직원에 “뽀뽀” “러브샷엔 옷 벗고 오라”
- “위에서 아래로…내 몸의 총탄 흔적이 5·18 조준사격의 증거”
- ‘검찰 수사권 분리’ 날 세운 발언 취임사에 다시 담은 한동훈
- ‘소통령 한동훈’ 임명강행…‘코드인사’ 확실, ‘수사권 복원’은 큰소리만
- 614억 횡령 우리은행 직원…50억 더 빼돌린 정황
- 오미크론보다 전파 속도 13% 빠른 남아공 변이 2개 국내 첫 확인
- 전철 성추행 미화 윤재순 “여성전용칸, 남자아이 자유도 박탈”
- 정은경 청장, 수고 많으셨습니다…그의 ‘마지막 인사’는
- 이준석 “생산직, 주 52시간 이상 원해”…노동계 “임금구조 왜곡 간과”
- 미 한인 학부모들 “한동훈 딸 사태는 조직범죄” 5800자 입장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