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가격 복구에 사용? 권도형 못 믿겠다".. 비트코인 4조5000억 행방불명

김효선 기자 2022. 5. 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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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두 번째 테라 복구 계획 발표
앞서 대거 사들였던 비트코인 행방은 오리무중

지난달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루나가 0.0001달러 수준으로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코인 발행 회사인 테라폼랩스는 이렇다할 피해 구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루나와 테라 코인 투자자들은 테라폼랩스가 기존에 사들였던 4조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테라(UST) 가격 복구에 사용했다는 해명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1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산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16일 권도형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현재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가 보유하고 있는 준비금 현황을 공개했다. LFG는 테라 블록체인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이다. LFG는 비트코인 313개와 바이낸스코인(BNB) 3만9914개, 아발란체(AVAX) 197만3554개, 테라(UST) 18억4707만 개, 루나 2억2271만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4143억원으로 추산된다.

LFG는 비트코인 3조5000억원 이상을 UST 가치 방어를 위해 사용했다고 했다. 권 대표는 비트코인 사용 명세까지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 돈이 UST 가치 방어에 사용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엘립틱은 UST 가격 폭락 사태가 진행되던 9~10일 LFG 전자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이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와 바이낸스 계좌로 이체됐고 이후 추적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통상 가상자산 지갑은 이체 내역 등이 공개되지만 거래소 계좌로 들어간 가상자산은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해당 비트코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테라 측이 이 문서를 언제 공개할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앞서 LFG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매집에 나서 지난 4월 18일까지 총 35억 달러(약 4조5000억원) 수준의 비트코인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비트코인 보유량을 100억 달러 수준까지 늘리겠다”면서 “100억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테라(UST)는 비트코인 기준의 새로운 화폐 시대를 열 것”이라고 했다.

테라가 비트코인 보유량을 급속도로 늘렸던 이유는 테라 시스템의 신뢰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테라(UST)는 시장 참여자들의 차익 거래에 의존해 미국 달러와 가치를 연동하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이다. 따라서 미 달러와 1대 1 가치 연동(페깅)이 일시적으로 깨지더라도 시스템은 무너질 수 있다. 특히나 UST와 그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루나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거래자들이 차익 거래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럴 경우 디페깅(Depegging·달러와의 가치 유지 실패 현상) 현상이 더 심화된다.

이러한 시스템 취약성 문제는 지난 2020년 12월 15%, 2021년 5월 5%의 디페깅이 발생했을 때에도 지적됐었다. 또한 테라의 주요 서비스 중 하나인 대출 프로토콜 앵커가 가상자산 예치자들에게 20%의 높은 이자를 지급했는데, 업계에서는 “준비금이 고갈될 수 있다”면서 또 다른 시스템 붕괴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테라폼랩스의 비트코인 대량 매집이 오히려 루나와 테라의 폭락을 유발시켰다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UST를 대량 매각해 디페깅이 발생하면 테라폼랩스가 UST 방어를 위해 비트코인을 매도할 것이고, 그때 하락한 비트코인을 사들여 이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해당 음모론의 배후로는 운용 자산이 9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시타델증권이 떠올랐다.

찰스 호스킨슨 카르다노 창시자는 지난 12일 트위터에 “블랙록과 시타델증권이 제미니 거래소에서 10만 비트코인을 빌린 후 UST와 루나의 하락을 설계해 큰 수익을 얻었다는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블랙록과 시타델은 사실 무근이라고 하고 있으며, 제미니 거래소 측도 10만 비트코인을 대출해 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1시 53분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루나는 0.00018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1달러에 고정돼야 하는 테라는 0.12달러를 기록 중이다.

한편 권 대표는 17일 블록체인 커뮤니티 아고라에 ‘테라 생태계 복구 계획 2′를 게시했다. 해당 글을 통해 권 대표는 “테라의 블록체인 코드를 복사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기존 네트워크의 거래 주문용 컴퓨터 소유자, 테라 보유자 같은 지지자들에게 새로운 토큰을 배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계획이 현실화 된다면 기존 테라 블록체인을 하드포크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없는 새로운 블록체인이 탄생하게 된다.

하드포크(Hard Fork)란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어느 한 시점에서 급격하게 변경되는 것을 말한다. 이전 버전의 프로토콜에서 보안상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했거나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려 할 때 하드포크를 한다. 하드포크로 인해 새로운 가상자산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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