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의 과학풍경] 뇌와 장내미생물 사이 구축된 핫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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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미생물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장-뇌 축'이라는 말이 자주 얘기된다.
확대해석은 금물이지만, 장내미생물이 어떻게든 숙주 동물의 먹이 선택에 관여할 수 있는 장-뇌 연결축 안에 있다는 점만큼은 이번 연구가 보여준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등 연구진은 뇌 시상하부의 뉴런이 장내미생물 세포벽에서 떨어져 나와 흘러다니는 단백질 조각을 감지하고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호르몬을 분비해 식욕과 체온을 조절하는 과정을 밝혀 지난달 <사이언스> 에 발표했다.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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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의 과학풍경]
오철우 |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장내미생물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장-뇌 축’이라는 말이 자주 얘기된다. 장과 뇌 사이에 생체신호가 오가는 정보 고속도로가 있다는 뜻이다.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왠지 마음이 풀리고, 마음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장에 탈이 나는 일이 장-뇌 축 이론으로 설명되곤 한다. 멀리 떨어진 장과 뇌는 왜 핫라인으로 연결된 걸까? 생존에 매우 중요한 소화기관만큼은 뇌가 직접 챙겨야 하기 때문일까?
그런 연결이 어떤 음식을 갈망할 때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구진은 지난달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실은 논문에서, 숙주 동물이 먹이를 갈망하고 선택할 때 장내미생물이 그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진은 육식과 초식처럼 음식 선호가 아주 다른 야생 쥐의 장내미생물을 구해 실험용 무균 쥐들의 장에 넣어주었다. 그랬더니 장내미생물의 차이에 따라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많고 적은 음식을 갈망하는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먹이 선택의 차이만 관찰한 게 아니라, 신경호르몬 조절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 실험 쥐의 장내미생물에게서 달리 분비되는 차이도 확인했다.
성급하게 이런 상상도 나올 법하다. 요즘 기름진 음식이 무척 당기는데 그것도 장내미생물 때문일까? 당연히 동물의 먹이 선택을 장내미생물 하나로 설명하려는 건 지나치다. 게다가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일부러 금식도 하고 기분과 추억에 이끌려 특정 음식을 찾기도 하니까. 확대해석은 금물이지만, 장내미생물이 어떻게든 숙주 동물의 먹이 선택에 관여할 수 있는 장-뇌 연결축 안에 있다는 점만큼은 이번 연구가 보여준다.
장내미생물 자체가 뇌 신경세포(뉴런)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확인됐다는 다른 연구도 있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등 연구진은 뇌 시상하부의 뉴런이 장내미생물 세포벽에서 떨어져 나와 흘러다니는 단백질 조각을 감지하고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호르몬을 분비해 식욕과 체온을 조절하는 과정을 밝혀 지난달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장내미생물 조각들과 뉴런의 호르몬 사이에 어떤 연결점이 있다는 얘기다.
부쩍 늘어난 장내미생물 연구는 생명의 신비를 다시 보여준다. ‘나’는 내 몸에 속한 세포들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수많은 미생물 공생체와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거대 체계로 이해된다. 나와 생명에 관한 철학적인 물음은 과학연구에서도 진지하게 탐구된다. 이제는 숙주와 공생체를 한데 묶어 통생명체(holobiont)로 부르는 과학논문도 곧잘 등장한다. 통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숙주와 미생물의 관계는 더욱 긴밀하고 복잡하고 다채롭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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