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에 밀려 외면받는 회사채.. 올해만 92조 만기 '어쩌나' [회사채 리스크 확대]

김현정 2022. 5. 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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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금융채 합하면 연내 587조
4년간 전체 채권의 절반 만기도래
신용도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채
손실 커지자 기관 추가투자 꺼려
기업들 CP 등 그림자금융 '기웃'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국채, 금융채, 회사채 시장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전체 채권시장 규모는 2500조원까지 커졌고, 향후 4년간 채권 규모의 절반 이상이 만기를 맞는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매해 수백조원씩 만기도래하는 물량에 대응해야 한다.

■올해 587조원 만기도래 '폭탄'

17일 코스콤에 따르면 연내 갚아야 하는 국내 채권 만기 규모는 587조원을 넘어간다. 오는 2023년에는 496조원, 2024년은 358조원, 2025년은 229조원 수준을 현금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한다.

전체 잔액(2560조원)의 절반가량이 4년 내 만기가 도래한다. 종목별로 국채 만기는 매년 100조원씩 갚아야 한다. 금융채(은행채, 카드채, 리스채)의 올해 만기 도래액만 246조원을 넘어간다. 내년에도 187조원이 추가로 만기를 맞는다.

회사채 물량도 상당하다. 연내 만기를 맞는 회사채는 92조원이고, 내년에도 93조원에 달한다. 2024년에도 84조원의 회사채가 만기를 맞는다.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투자기관들로선 채권 운용손실이 커지면서 추가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시장은 금리인상기, 특히 국채 대비 신용위험도가 있는 회사채 발행 시장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회사채 투자 외면"

국채는 정부 보증이다보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유통시장에서 국채 매매는 순조로운 편이다.

문제는 회사채다. 회사채 투자는 신용위험도가 있을뿐더러 유통시장에서 사고팔기가 여의치 않아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실제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디트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16일 기준 76.6bp(1bp=0.01%p)를 가리키고 있다. 크레디트 스프레드의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종전보다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30bp대를 오간 것을 고려하면 스프레드 폭이 두 배 커진 것이다. 회사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이 국고채보다 더 가파른 모습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초 연 1.852%(키스채권평가 기준)였으나 지난 16일 연 3.035%로 118.3bp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다. 같은 기간 회사채 3년물(AA-등급) 금리는 연 2.458%에서 연 3.801%로 134.3bp 상승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시장 수급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채권을 유통차익으로 매매하는 증권, 은행 쪽 딜링계정(유통매매)에서 회사채 매매가 거의 중지됐다"고 말했다.

차환 리스크가 어느 기업에서 터질지 모를 살얼음판 같은 형국에서 결국 기업들이 인수합병(M&A),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그림자금융으로 몰리는 기업의 꼼수

지난 2년간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았던 기업들의 숨통을 터준 것은 그림자금융이다. 회사채 공모 발행과 달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될뿐더러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지난 2년간 비우량하거나 공모채 발행이 부담스러운 기업들은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시장으로 몰렸다. CP(ABCP 포함) 잔액은 16일 기준 237조9879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 말(182조2487억원) 대비 55조7392억원(30.5%) 늘었다. 전단채(ABSTB 포함) 잔액도 86조4196억원(16일 기준)으로 2019년 말(54조6103억원) 대비 30조원 넘게 늘었다.

회사채와 달리 CP, 전단채는 시가평가를 적용하지 않아 투자 이후 가격변동에 따른 손실을 인식하지 않는다. 회사채에 인색하던 기관투자자들도 CP 인수에는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이렇다보니 CP, 전단채 시장은 유동화증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만기 도래 규모도 상당하다. ABCP 잔액(237조9879억원)의 85.6%인 203조9327억원이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전단채도 80조원 넘는 규모가 1년 내 만기를 맞는다. 연내 채권 만기도래분(587조원)에 그림자금융 물량까지 더하면 향후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채권, 단기물은 900조원을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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