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정치적 부담에도 한동훈 임명 강행 배경은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정국 경색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 신임 법무부 장관이 윤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으로 1기 내각을 상징하는 인물인 만큼 정면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초반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불가피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국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 6·1지방선거라는 3대 정국 현안은 ‘한동훈 후폭풍’ 영향권으로 빨려들어가게 됐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한 후보자 임명을 발표하면서 별도의 설명을 달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중단 없는 국정운영을 강조해왔고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입법 등으로 법무 행정이 혼란한 상황에서 조속히 임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타협 불가 선언으로 해석된다. 한 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 절차가 난항을 겪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이 낙마 1순위로 꼽는 한 장관 임명을 재가해 협상의 다리를 끊은 셈이 됐다. 민주당은 한 장관 지명 철회를 총리 인준의 선결 조건이자 협치 의지의 잣대로 내세워 왔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도 난항이 예상된다.
임명 강행에는 한 장관을 향한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7기수가 낮은 한 장관을 발탁하며 파격 인선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법무 행정을 담당할 최적임자”라며 “절대 파격 인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장관 불가 여론을 확산하는 데 한계를 보인 점도 신속한 임명 재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장관은 검찰 ‘윤석열 사단’의 대표격으로 윤 대통령의 권력기관 통제의 핵심 카드로 꼽혀왔다. 이날 인선으로 여권의 검찰 조직 장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이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전 정권 색깔을 지우고 ‘윤석열 사단’ 재건에 나설 거란 관측이 적지 않다. 검찰의 검수완박 입법 대응 움직임도 강화할 전망이다. 한 장관은 “(민주당의) 야반도주”라며 검수완박 입법에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한 장관의 대장동 의혹 상설특검 발동권 행사 여부에 따라 정국이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한 장관 인선은 18개 중앙부처 중 한 부처의 수장 이상의 상징성을 띤다. 한 장관 거취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기에 일명 ‘조국 사태’로 현재의 야권과 충돌할 때 한 장관이 해당 수사를 지휘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 핍박받은 강골 검사’를 자양분으로 삼아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한 장관을 “이 정권의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 온 사람”으로 표현하며 고락을 함께했다는 각별함을 드러냈다. 법무장관 인선 설명 자료에도 “수년간 이어진 온갖 핍박에 맞서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며, 상식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적었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인선 특징인 검찰 측근 전진 배치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초당적 협력’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6·1지방선거와 맞물려 정국 경색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윤 대통령이 직접 제안설명을 한 추경안 심사·의결을 두고도 신경전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경색 국면이 장기화하면 여소야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도 난항을 겪게 된다.
민주당은 즉각 “야당과의 소통, 협치는 저 멀리 내팽개쳐졌다”(신현영 대변인)며 강경 반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협치는 윤석열 정부 뿐 아니라 의회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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