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하자는 경영계..노동계 "불필요"
경영계 '임금 인상 폭 안정' 논의 요구에도 노동계 '일축'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 간 샅바싸움이 본격화됐다. 역시 본 심의에 들어가기 전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부터 양측은 '업종별 차등적용'과 '최저임금 인상 폭' 등 주요 쟁점에 이견을 보이며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7일 고용부 정부세종청사 최임위 전원회의실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2차 전원회의'를 진행 중이다.
통상 최임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는데 그날의 회의 분위기는 본 회의 전 공개되는 사용자·근로자·공익위원 대표들의 모두발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예상대로 지난달 열린 첫 상견례 자리 이후 본격적인 심의가 시작되는 첫 회의이니만큼 노사 양측 간 신경전이 본격화한 모양새다.
사용자 측 위원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근로자 측 위원들은 소득불균형 및 양극화를 예로 들며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류기정 사용자위원(경총)은 "물가상승률은 2018년 1.5%, 2019년 0.4%였지만, 최저임금은 30% 가까이 올랐다"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최저임금 안정을 주장했다.
이태희 사용자위원(중소기업중앙회)도 "최저임금은 5년간 42% 인상됐고, 중위소득의 62%가 넘어서고 있는데 영세소상공인은 굉장히 감당하기 어렵다"며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해 삼성·현대차·LG·SK 등 국내 굴지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성과급 잔치와 10%에 육박하는 임금인상을 기록했다"면서 "이처럼 지금 우리나라는 소득불균형 및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고, 이러한 양극화는 우리 미래를 참담하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앞으로 최저임금 심의 방향도 사회 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방안으로서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한 시각차도 컸다.
류기정 사용자 위원은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 노동계가 원천 반대하는데 이는 법으로 보장돼 있다"며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있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감안해서 심의해야 한다"고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에 노동계가 전향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동호 노동자위원은 "오는 6월29일이 법정 최저임금 심의 기한인 만큼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심의 기한 내 최저임금이 결정되길 기대한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선 업종 구분과 같은 불필요한 논쟁은 걷어버리고, 최저임금 본래 목적을 확립할 수 있는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논의 대상조차 될 수 없음을 거듭 시사한 것으로 향후 심의과정에도 노사 양측의 첨예한 대립에 따른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이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돼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윤택근 노동자위원(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옥중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대신 메시지를 낭독한 이정희 근로자위원(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인사의 간섭과 개입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자율적인 논의를 부정하는 것이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부의 태도로 인해 지난 수십년간 지속된 업종별 차등적용 논란이 최근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두 발언이 끝난 이후 정식회의는 현재 비공개로 진행 중이다. 회의에서는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을 언제 심의할지 일정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이날 최저임금위 2차 전원회의에는 재적위원 27명 중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6명이 참석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최임위 2차 전원회의가 열린 이날 고용부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가구생계비를 반영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최저임금위 제3차 전원회의는 오는 6월9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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