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의약품 대란 북한, 중국서 수송기 3대로 긴급 수혈..남측과 방역지원은?

박은경 기자 2022. 5. 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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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평양시 약품봉사와 의약품수송임무에 투입되는 조선인민군 군의부문의 전투원들 결의모임이 16일 국방성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약품 대란’에 시달리는 북한이 항공편을 통해 중국에서 의약품을 조달해간 것으로 17일 파악됐다. 남측이 제안한 방역 협력 제의에는 답하지 않고 중국 측으로부터 긴급 의약품 수급에 나선 것이다.

경향신문이 복수의 항공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북한 국영항공 고려항공 수송기 3대가 지난 16일 오전 선양(瀋陽) 타오셴(桃仙) 공항에 착륙했다가 당일 오후 떠났다. 수송량 50t인 일류신 IL-76 수송기로 고려항공에 소속된 P-912, 913, 914 등 3대가 한꺼번에 동원됐다. 수송기에는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의약품과 물자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20년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북·중간 육로를 봉쇄하고, 여객기 운항도 중단했다. 지난 1월 재개했던 단둥(丹東)-신의주 간 북·중 열차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단둥이 봉쇄되면서 운행을 중단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의약품을 운송하기 위해 하늘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선양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북한 항공기가 선양 타오셴공항에 도착한 것은 약 2년 4개월 만이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앞으로도 수송기를 보내 중국에서 부족한 의약품과 방역 물자를 수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6일은 통일부가 북측에 의약품 공급 등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제안하는 대북통지문을 보내겠다고 밝힌 날이다. 통일부는 16일 오전 11시 북측에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를 제공하고 기술협력도 진행할 용의가 있다며 권영세 장관 명의로 실무접촉을 제의하는 통지문을 보내려고 했으나 북측의 거부로 보내지 못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정부의 대북 직접 지원이 안 될 경우 국제기구 등을 통한 간접 지원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장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정부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대안을 묻는 정진석 국민희힘 의원의 질의에 “우리가 직접 지원하지 않게 될 경우 국제기구를 통하거나 민간이 지원하게 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통지문을 접수하지 않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직접적으로 판단할 것까지는 아니라고 본다”며 아직은 수용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의약품 수급에 나선 북한이 남한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남측의 방역 지원을 수용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년 3개월간 유지해 온 북한식 방역 체계를 스스로 부인하고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의약품과 방역물자 부족이 심각한 북한은 16일부터 인민군을 투입해 24시간 체제로 의약품 공급·수송을 시작했다. 의약품 유입이 2년 넘게 멈춘 데다 봉쇄 조치로 장마당(시장)에서 약품을 구입하기도 어려워져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 지난 16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6만9510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부터 전날 오후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발열자 수는 148만3060여명이며 그중 81만9090여명이 완쾌됐으며, 66만391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누적 사망자는 총 56명으로 집계됐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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